아기는 누구를 닮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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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누구를 닮는가?
  • 2019.10.02 14:00
갓난아이를 보고 우리는 "아빠 판박이네" "엄마를 꼭 닮았다"라 말하곤 한다. 과연 아기의 외모는 누구를 더 닮아 있을까? 아기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닮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풀어본다.

붕어빵 아기

첫 번째 이야기. 인터넷을 보다 보면 유명인의 아기들이 부모와 똑같이 생긴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많이 본다. 그 경우 아빠랑 붕어빵혹은 엄마랑 붕어빵이라는 이름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소위 도 많이 돌아다니곤 한다. 그런데 한번 자세히 보자. ‘아빠랑 붕어빵의 경우 1~2살짜리 아기들에, 딸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엄마랑 붕어빵은 대체로 유아보다는 아동, 그리고 딸일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단 외모적으로 아들이 아빠를 닮고 딸이 엄마를 닮는다는 것은 전혀 희한한 일이 아니다.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데다가 같은 성별이면 생김새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어린 아기의 경우 남녀불문하고 아빠랑 닮았다는 짤이 엄마랑 닮았다는 짤보다 더 많이 돌아다닐까?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로 한정시켜 보면, 아무래도 결혼 후에도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들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성비의 차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딸은 아빠를 닮는가?

두 번째 이야기. 속담인지 도시전설인지 단순 속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딸은 아빠를 닮는다특히 첫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그 속설을 공감하는 것 같다. 실제 경험적 연구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딸이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 엄마, 게다가 같은 성별인 엄마보다 왜 아빠를 더 닮아야 하는가? 그리고 같은 논리라면 왜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 이야기는 아빠 이야기만큼 퍼져있지 않은 것인지?

세 번째 이야기.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아기의 외모에 대해서 많은 품평(?)을 한다. 그런데 아기가 아빠랑 똑같이 생겼네라는 말을 들은 빈도와 아기가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는 말을 들은 빈도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국한시켜 보면 전자의 경우가 훨씬 많았다. 물론 내 개인적 경험이니까 일반화를 하면 당연히 안 되지만, 이 경험은 의외로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사건인 것 같다.

스페인 국왕 찰스 4세Charles IV, 1788~1808 재위와 그의 가족 초상화다. 그의 아이들은 누구를 닮았을까. 	Francisco Goya, '찰스 4세와 그의 가족', 1800~1801, 캔버스에 오일,  280 × 336 cm,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소장.
스페인 국왕 찰스 4세Charles IV, 1788~1808 재위와 그의 가족 초상화다. 그의 아이들은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프란시스 고야Francisco Goya,1746~1828. '찰스 4세와 그의 가족', 1800~1801, 캔버스에 오일, 280 × 336 cm,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소장.

아기 엄마들의 생각

사회생물학의 고전적 연구 중 하나로, DalyWilson은 산부인과에서 막 태어난 아기들에 대해 부모들이 어떤 식의 코멘트를 하는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Daly & Wilson, 1982. 111명의 신생아 중 68명의 아기에 대해서 부모가 누구와 닮았다는 식의 발언을 하였다.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아기의 유전자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비슷한 빈도가 나오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아기의 엄마의 경우 놀랍게도 80%가 신생아가 아빠와 똑같이 생겼다고 주장하였다. 아빠의 경우 엄마를 닮았다고 말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사실 아기의 외모에 대해서 코멘트를 던진 사람은 대부분 엄마였으며, 그들은 압도적으로 아기가 아빠를 닮았다고 주장하였다.

이 연구가 전집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가정하면 많은 어른, 특히 엄마들의 경우 아기의 외모에서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혹시 단순한 부모의 믿음이나 지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일부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제 3자 역시 아기의 외모를 보면 엄마보다 아빠를 더 잘 맞추는 것 같다. ChristenfeldHill은 매우 간단한 실험을 통해 제 3자가 아기들의 엄마와 아빠를 얼마나 잘 알아맞히는지를 살펴보았다Christenfeld & Hill, 1995. 실험은 매우 간단했다. 아기의 사진을 보여주고 3명의 남성, 혹은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한 명은 그 아기의 부모였다. 만약 완전히 랜덤하게 평정이 되었다면 3명 중의 1, 33.3%의 정답률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 결과, 1세 아이의 경우 아버지를 맞춘 비율은 거의 50%에 육박하였다. 반면 1세 아이의 어머니를 맞춘 비율은 30%, 즉 랜덤에 가까웠다. 재미있는 것은 이 현상은 1세 아기의 경우에만 나타났으며, 10세나 20세 자녀들에 대해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이 후 상당히 논란이 되었으나, 그 주제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자연선택의 원리와 아이의 외모

유전자의 반반을 공유하는 생물학적 부모인데 왜 아빠를 더 닮아야 하는가? 사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에는 가끔씩 매우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설명양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여기서 다루는 진화심리학적 메카니즘이다.

많이들 들어봤겠지만, 진화심리학의 논리에 따르면 결국 우리의 생존이 가능했던 것은 진화과정을 통해 적응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에, , 적응가를 높여주는 어떠한 특질을 전수하였기 때문으로 본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성선택sexual selection의 맥락에서 두드러지는데, 암수의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성적 매력도에 대한 민감성, 종류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고 보았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주제인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자원을 가진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에 대한 이슈 등이 이러한 주제에 해당된다. 그 주제들을 굳이 여기서 다시 끄집어 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순전히 신생아의 외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역시 비슷한 논리가 신생아 외모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일단 엄마의 경우 신생아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100%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빠의 경우 신생아가 자신의 아이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유전자 검사야 극히 최근의 기법이니까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보면 논외가 되겠다).

결국 지각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통해 아기의 유전적 조상을 추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식일 텐데, 여기서 아기의 외모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어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아빠를 닮았으며, 다른 아기는 그렇지 못했다. 이 차이가 유전적 변이에서 비롯되었다면 두 아기 중 누가 더 생존에 유리했을까? 아빠를 닮은 첫 번째 아기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원을 제공해 주는 쪽이었던) 아빠가 보기에 더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이 높았을 것이고, 더 보호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면 자연선택설에 근거하여 그 형질은 후세에 전수되어 인간의 특징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진화심리학적 논리

그럴듯한 논리인가? 진화심리학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꽤 많이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설명양식만 듣고 보면 상당히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듯하다는 것 자체가 사실일 필요는 없다(프로이트 이론도 듣고 있으면 굉장히 그럴 듯하다). 결국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는 반박가능성에 근거한 가설검증이 필요한데, 상당수의 진화심리학적 논리들은 이 부분을 채우기가 어렵다. 결국 현상에 대한 설명양식을 다른 현상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과학적 이론으로 정립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만약 신생아가 엄마를 닮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꽤 그럴듯한 진화심리학적 논리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의 외모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다소 도발적인 논리는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롭다. 만약 실제로 이 이유에서 아기의 얼굴이 아빠를 더 닮도록 진화된 것이라면, 인간의 진화과정의 오묘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후 길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고 있는 젊은 부부를 본다면, 유모차 안의 아기와 뒤의 부모의 얼굴을 한번 살펴보라. 그리고 실제로 아기가 누구와 닮았는지 한번 자체조사(?)를 해보시기 바란다. 물론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지는 말길. 모르는 사람이 자기 얼굴과 아기의 얼굴을 번갈아서 계속 응시한다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꽤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Christenfeld, N. J., & Hill, E. A. (1995). Whose baby are you?. Nature, 378(6558), 669-669.
  • Daly, M., & Wilson, M. I. (1982). Whom are newborn babies said to resemble?. Ethology and Sociobiology, 3(2), 69-78.
김근영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 발달심리학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Vanderbilt 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두명의 쌍둥이 딸들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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