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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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다른 이유
  • 2019.10.23 07:00
우리의 마음과 행동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 뇌에는 사람들마다의 고유함이 '지문'처럼 새겨져 있을까요? 뇌과학자들은 뇌 신경연결망 활성화 패턴, 커넥톰에 주목합니다.

사람들마다의 고유함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화성인의 관점에서는 지구인들이 너무도 비슷해보이겠지만, 우리들끼리는 콧등의 작은 점, 행동 습관 하나하나의 차이에 울고 웃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고유한 생각과 행동의 특징을 갖고 산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 수학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멍 때리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과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 외로운 사람과 혼자가 편안한 사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 뇌에는 사람들마다의 고유함이 새겨져 있을까요?

지문은 서로 비슷해보여도 사람마다 하나의 고유한 지문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뇌에도 이러한 지문이 있을까요? (네이쳐 신경과학지 2015년 11월호 표지)
지문은 서로 비슷해보여도 사람마다 하나의 고유한 지문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뇌에도 이러한 지문이 있을까요? (Nature Neuroscience 2015년 11월호 표지)

마음의 지문, 뇌 연결망

정말 사람들의 뇌가 저마다 다른 고유한 특징들을 가지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이쳐Nature 신경과학지에 예일대학교 심리학, 신경과학, 뇌공학, 영상의학 연구자들이 모인 팀에서 2015년 발표했던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합니다Finn et al., 2015.

뇌의 속성은 다양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방식은 '커넥톰connectome'입니다. 개인의 고유한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 서열의 '게놈genome'이 있듯이, 안정적인 신경 활성화와 연결망의 패턴도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뇌의 전 영역마다 서로 함께 활성화되는 정도를 통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 방대한 양의 신경정보를 통해 개인이 가진 고유한 경험, 사고 방식, 성격, 인지 능력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이틀에 걸쳐 가만히 누워 있거나 과제를 푸는 동안 그들의 뇌를 촬영했습니다. 한 사람마다 200여개의 촘촘한 뇌 영역들 간의 기능적 연결성을 계산해서 총 35,778가지의 연결성을 모두 나열하면 한 사람마다 위 그림과 같은 뇌 연결망의 프로파일을 하나씩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당 이틀에 걸쳐 얻은 뇌 연결망 중, 첫째 날 얻은 뇌 연결망이 다른 날 촬영했던 126명의 연결망 중 누구 것과 가장 유사한지 맞추도록 하였습니다. 연결망은 사람마다 유사한 구조를 가졌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지문이 그렇듯 육안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한두 개의 특징이나 전반적인 평균으로는 그 특징들을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흥미롭게도, 약 20분 동안의 촬영으로 얻은 연결망은 99%의 정확도로 누구의 연결망인지 맞출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마치 '연결망 지문'connectome fingerprint처럼 사람들의 고유한 특징을 나타낸다고 보았습니다.

얼굴만 보아도, 멀리서 옷차림만 보아도 순식간에 누가 누군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을 굳이 이렇게 어렵게 하는가 싶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일련의 연구들은 개인 간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연결망 특징이 지능, 성격, 행동성향, 평소에 빠지는 잡생각의 내용까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Dubois et al., 2018; Wang et al,  2018. 사람들을 식별하는 지문이나 홍채에는 마음과 사고 방식에 대한 정보가 깃들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연결망의 고유한 특징의 곳곳에는 사람이 가진 마음의 개인차들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너희 둘, 뇌 연결망이 닮았구나

뇌 연결망이 각자가 가진 고유함을 비출 수 있다면, 반대로 서로가 얼마나 닮아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까요? 이것을 알아본 두 개의 선구적인 연구를 소개합니다.

Liu와 동료들은 사람 간의 비슷한 방식을 1) 잘 알려져 있는 다섯 가지 성격 차원(타인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새로운 경험에 얼마나 개방적인지, 부정 정서에 민감한지, 외향적인지, 성실한지)이 얼마나 비슷한지, 2) 성격 관련 연결망 패턴이 얼마나 비슷한지, 두 가지로 확인합니다Liu et al., 2019. 성격을 묻는 수백 개의 문항에 대한 응답들이 서로 일치할수록 두 사람은 유사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 간의 뇌 연결망의 일부 패턴이 유사할수록, 성격 문항도 유사하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한 삶의 경험과 뇌 연결망을 갖고 살아가지만, 뇌 연결망의 일부는 서로의 행동 방식이 닮아있는 근원을 보여주는지 모릅니다.

Parkinson과 동료들은 더 나아가서, 가만히 있는 동안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머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들 간의 유사한 마음이 발생한 것인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Parkinson et al., 2018. 서로 친하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데려와서 여러 종류의 자연스러운 영상들을 보는 동안 뇌를 촬영했습니다. 결혼식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 저널리스트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코미디언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영상 등등. 흥미롭게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일수록 특정 장면을 볼 때 뇌가 활성화되는 연결망 패턴이 비슷했습니다. 마치 서로의 뇌에 아바타처럼 연결되어 '동기화'된 것처럼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은 같은 장면을 본 순간에 같은 연결망을 활성화시키고는 이렇게 외친 것인지 모르죠, Jinx! (ㅉㅉㅃ!)

콧등에 난 점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서 우리의 월급이 결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콧등의 점이 저마다 어떻게 다르게 나 있는지에 대한 정교한 이론과 학문이 발전했을까요? 콧등 대신 우리는 행동을 살펴봅니다. 서로의 행동이 왜 이리도 다른지,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하지 않을 행동을 누군가는 왜 매일 하며 사는지를 궁금해합니다. 뇌과학을 통해 개개인이 저마다 어떤 뇌의 조건 속에서 자신들만의 행동을 이어가는지 더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mind

   <참고문헌>

  • Finn, E. S., Shen, X., Scheinost, D., Rosenberg, M. D., Huang, J., Chun, M. M., ... & Constable, R. T. (2015). Functional connectome fingerprinting: identifying individuals using patterns of brain connectivity. Nature neuroscience, 18(11), 1664.
  • Jiang, R., Calhoun, V. D., Zuo, N., Lin, D., Li, J., Fan, L., ... & Jiang, T. (2018). Connectome-based individualized prediction of temperament trait scores. NeuroImage, 183, 366-374.
  • Liu, W., Kohn, N., & Fernández, G. (2019). Intersubject similarity of personality is associated with intersubject similarity of brain connectivity patterns. NeuroImage, 186, 56-69.
  • Parkinson, C., Kleinbaum, A. M., & Wheatley, T. (2018). Similar neural responses predict friendship. Nature communications, 9(1), 332.
  • Wang, H. T., Bzdok, D., Margulies, D., Craddock, C., Milham, M., Jefferies, E., & Smallwood, J. (2018). Patterns of thought: population variation in the associations between large-scale network organisation and self-reported experiences at rest. Neuroimage, 176, 518-527.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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