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가기 불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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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가기 불안하세요?
  • 2019.10.29 14:00
치과 가기가 무서운 것은 아이들만은 아닙니다. 치과 불안이라는 것은 심리적 문제로 볼 수 있는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인지 살펴봅니다.

우리 중 대다수는 정기적인 치과치료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필자를 포함한 어떤 이들은 치과 치료에 불편함을 느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은 약으로 견딜 수 없는 극심한 치통을 경험하거나 치과 치료를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될때까지 치과방문을 회피하게 만든다. 이 막연한 불편함은 도대체 무엇인가.

18세기말까지만 해도 아무리 부자라 해도 이빨 뽑는데 뒤로 넘어지는 것만큼 편리한 것은 없었던 모양이다. J. Gillray, 1790, watercolour,  22.2 x 16.6 cm, Welcome Collection
18세기말에 그려진 코믹한 그림이다. 젊은 치과의사가 멋지게 차려 입은 환자를 뒤로 넘어뜨려 이빨을 뽑고 있다. J. Gillray, 1790, watercolour, 22.2 x 16.6 cm, Welcome Collection

치과 불안이란?

치과 불안은 단순한 불편함일수도 있으나 치과치료과정중의 통증 혹은 의료진에 대한 부정적인 과거 경험에 기인하여 건강한 삶에 방해요소로 등장한다. 심리학에서 불안은 어떤 잠재적 혹은 현실적 위험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으로 인간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불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위협에 대한 개인의 생각에 의해 발생하므로 일반적인 두려움과는 구분된다.

치과 치료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두려움 혹은 의료진에 대한 불편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치과불안은 그 이상의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치료과정 중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에서 기인한 공포(Fear) 혹은 불안(anxiety)을 심각하게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치과에 대한 두려움fear, 불안anxiety, 공포phobia 등의 단어로 표현되며 국내외 연구에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정신의학적 용어로는 특정 불안specific phobia = 300.29(F40.232), Fear of Other medical care(DSM-V) 혹은 치과 치료 불안(odontophobia, ICD-10)로 명명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다.

국내 환자 수는 정확히 보고된 바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인구의 15% 정도, 유럽의 인구 경우 20%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인구가 치과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치과불안을 경험하는 많은 이들이 문제를 자신만 알고 치과 치료를 회피하고 스스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딱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한 환자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싱가포르 환자 연구에 따르면 과거 고통스러운 치과 경험으로 불안을 경험한 환자들이 향후 높은 치과 불안을 보일 확률은 이전에 비해 13.7배로 증가하며, 재내원 의지가 낮아질 확률은 15.9배로 증가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치과불안을 야기시킨 사건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어떻게 생기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균 9.2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 최초의 치과 치료와 관련된 통증을 경험하는데, 이때는 성인에 비해 인내력이 부족하여 치과불안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물론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중 경험한 통증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복원되며 치료 3개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통증을 기억하는 이들은 치료 직후 통증을 경험한 환자보다 이후 심한 통증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아픈 치과 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치과 치료 불안을 보이지 않는 환자는 잠재적 억제latent inhibition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며 치과불안 조건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덜 아픈 치료를 여러 번 받은 환자가 치과에 대한 불안을 적게 느낀다.

치과 치료 중 직접적인 불안 경험은 치과 치료기구와 치료과정중의 신체적 통증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그 요인이며, 간접적인 불안 경험은 주변인을 통해 획득된다. 예를 들어 막연한 부정적인 인식, 소아의 경우 부모로부터 얻은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 그리고 부모의 치과 내원 횟수가 환자의 치과 치료 불안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 이외에 심리적 요인으로는 낮은 자존감, 대인관계불안, 삶의 불만족, 해리증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특정공포, 우울증, 신체변형 등이 치과불안과 연결되어 나타난다. 치과불안은 성별, 나이, 학력과는 연관성이 없다.

여러가지 치과 불안을 요인을 외인성 집단 및 내인성 집단으로 나누어 보면, 전자는 직접 혹은 외상성 경험의 결과 발달되는 조건 반응이 원인이며 후자는 복잡한 공포, 불안의 일반화 혹은 공포 장애와 같은 불안 장애에 체질적으로 취약한 집단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잡한 공포 혹은 일반화된 걱정이 치과 진료 불안 유지에 기여하기 때문에 외인성 집단 보다 내인성 집단이 치과 불안 감소가 어렵다.

어떻게 알 수 있나

치과 불안 진단 방법은 아직 표준화되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아래에 분류와 질문지조사, 인터뷰를 통해 치과 불안의 심각성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먼저 치과 불안 환자의 경우 불안의 강도나 치과 진료 회피가 각각 다르며 불편함은 4가지 회피 행동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 그룹은 '불안한 환자'로 공포의 수준이 비교적 중간이고 치료 회피로 이어지거나 치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두번째는 '억지로 치과에 가는 환자'로 불안한 환자보다 상당히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 잠재적인 치과불안 환자로 향후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그룹, 세번째 그룹은 부분적 회피자로 선택적으로 치과치료를 하는 이들이며 네번째는 치과 치료 자체를 하지 않는 완전한 회피자이다. 당신은 어느 그룹에 속하는 가.

다음으로는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의 치과 의료진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른 ‘Process for treat of dental anxiety (시애틀 시스템)’으로 아래와 같이 치과불안을 구분하여 제안했다. 첫번째는 특정조건 불안으로 주사, 치과 기기 소리, 치과 냄새등 본인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과거에 부정적인 경험중 대다수는 통증과 연관이 있다. 두번째는 치과 의료인력 대한 불신을 가진 경우이며 의료인력에 대해 분노 냉소, 불신 등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세번째 일반적인 불안은 한 가지 이상에 불안을 느끼고 불안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우며 거의 매일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 조절 능력이 약하다. 마지막으로 위협적인 불안은 특정할 수 없는 과민성 신체 반응을 종종 경험하고 의료적 처치과정에서의 위험성에 불안을 느끼며 입원 혹은 치과치료로 죽을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과불안 척도는 다음과 같다.


  • 성인 대상: Corah’s Dental Anxiety Scale (DAS, MDAS), Kleinknecht’s Dental Fear Survey(DFS), Dental Anxiety Question, Gatchel’s 10-Point Fear Scale
  • 소아 대상: Children’s Fear Survey Schedule, Venham Picture Scale, Venham Anxiety and Behavior Rating Scales
  • 일반적인 치과 치료 불안 측정법: Spielberger’s State-Trait Anxiety Inventory, Fear Survey Schedule
  • 치과 치료 통증 평가: McGill Pain Questionnaire, West Haven-Yale Multidimensional Pain Inventory, Pain Anxiety Symptoms Scale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필자가 언급하는 치과불안은 일반적 두려움이 아닌 삶과 건강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치과 불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환자 본인과 의료진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며, 환자는 타인에 비해 자신의 치료가 더 아프고 해로울 것이며, 본인의 치아가 치료하기 힘든 치아라고 믿고 있으므로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 이들은 환자 스스로 자신이 곧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한다. 치과 불안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  생리학적 변화: 구강건조증, 심장박동률 증가, 식은땀
  •  인지적 변화: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  행동적 변화: 식이요법의 변화, 구강위생 관심, 치과 진료 회피, 울음, 공격성
  •  건강 변화: 수면 방해, 악화된 구강 상태의 수용
  •  사회적 역할 방해: 사회적 교류 감소, 작업 성과 저하, 가족 및 대인 관계에 악영향

요약하면, 치과불안은 단순히 치과 치료가 불편한 사람이 아닌 부정적인 핵심신념과 부정적인 자동생각에 기반하여 치과 치료를 회피한다. 이러한 치과불안은 인지행동이론에 기반한 인지왜곡수정과 점진적 둔감화가 효과적이며, 의료진과 환자가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근육이완법과 호흡법, 리허설 등이 있다. 지속적으로 치통을 참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치과를 회피하게 된다면 단순한 불편함으로 여기기 보다 치과불안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도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일 수 있다. mind

<참고문헌>

  • 고부일, 송연미, & 배수명 (2017).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치과불안감소대 대한 질적연구, 한국치위생과학회, 치위생과학회지 17(1), 46-55.
  • 배수명, 고부일, 고은수, 신보미, 송연미 (2018). 인지행동치과학, 서울, 대한나래출판사.
  • Milgrom P., Weinstein P., & Getz T. (1995). Treating fearful dental patients: a patient management handbook(2nd ed), Seattle, Washington, 135-154.
송연미 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임상, 상담 Ph.D.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의 결실로 De LaSalle University in Manila에서 임상.상담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St. Arnold Center 박사 인턴이후 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로 인지행동이론에 기반한 심리상담서비스를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치과불안관련 치과의료 행동과학을 강의중이다. 다양한 사회.문화.집단.개인의 보편성과 다름을 분석+수용+마음챙김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연구자+마음토닥이로 성장하고자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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