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이기적인 이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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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와 이기적인 이타성
  • 2019.11.15 11:00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기주의와 이타성은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일까요?

자신을 위한 간절한 부탁

가수 아이유는 새 앨범 소개 글에서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는 인용구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며, 자신은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서 재촉하듯 응원과 위로를 건네왔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것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바라보고 싶은 자신을 위한 간절한 부탁이었다." 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큰 고통입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이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은 더 큰 아픔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괴로워서 그 사람에게 재촉하듯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건네는 것은, 과연 나를 위한 이기심때문일까요?

한 여인이 가난한 이에게 보시를 하고 있다. 헝가리 인상주의 화가 야노스 쏘르마의 작품이다. János Thorma(1870–1937), 'Alms', oil on canvas, 48.5 * 43 cm, Private collection
가난한 이를 돕는 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헝가리 인상주의 화가 야노스 쏘르마의 작품이다. János Thorma(1870–1937), 'Alms', oil on canvas, 48.5 * 43 cm, Private collection

친사회성과 상호호혜성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 또는 행동을 이타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이타성altruism의 라틴어 어원 역시 'alteri'로서 다른 사람other people을 뜻하는 데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Ciciloni & Ferdinando, 1825.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며, 그 중 타인을 돕는 행동 중에 뚜렷한 이득이 기대되지 않거나 심지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는 것을 이타적인 행위라고 연구자들은 정의하였습니다Steinberg, 2010.

많은 상황에서 이타성은 친사회적prosociality인 행동을 통해서 발현됩니다. 실제로 친사회적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점을 가져다주는 사회적 행동입니다. 돕고, 나누고, 협력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개념화하고 있는 대부분의 행동은 친사회적 행동에 해당합니다.

친사회적 행동은 이타성보다 조금 더 하위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이타성이 친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는 주요 동기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타성은 친사회적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지만, 모든 친사회적 행동이 이타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종류의 친사회적 행동은 이기적인 의도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친사회적 행동은 이타성에 의해서 발현되기도 하지만, 친사회적 행동 자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매우 적응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순수한 이타적 동기 없이도 촉발됩니다. 많은 친사회적 행동은 상호 호혜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 norm of reciprocity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Pinel & John, 2011. 예를 들어, 친구가 힘들어할 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은 이타적인 동기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내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어 친구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친구가 자기가 힘들 때만 연락하고, 나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는 아무 관심이 없다면 어떨까요? 많은 경우 이러한 단방향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상호 호혜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협력, 도움, 그리고 나눔과 같은 친사회적 행동은 사람들의 좋은 평가 그리고 원만한 사회적 관계 등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보상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친사회적 행동을 하기보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보상물들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자연스럽게 친사회적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Zaki et al., 2016.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겠다는 원대한 이타성 없이도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타성의 조건

다시 가수 아이유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건넨 응원과 위로의 말은 아마도 친사회적 행동일 것입니다. 이러한 친사회적 행동이 과연 이타성에서 기인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타성 연구의 대가 Batson의 친사회적 행동과 이타성의 관계에 대한 정의 위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친사회적 행동은 그 행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기 자신의 안위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일 때 이기적인 것이 되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이 타인의 안위를 증진하고자 할 때 이타적이다"Batson,, 1987.

그가 소중한 사람에게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이 단지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함이 아니라, 진심으로 대상을 위하는 언어였다면 그건 아마도 이타성의 발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짧은 소견을 덧붙이자면, 함께 행복하지 못할 때 그것을 나의 아픔이라고 여기는 것 역시 이타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mind

   <참고문헌>

  • 아이유 앨범 소개 원문: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346650
  • Batson, C. D. (1987). Prosocial motivation: Is it ever truly altruistic?.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20, pp. 65-122). Academic Press.
  • Ciciloni, Ferdinando (1825). A Grammar of the Italian Language. London: John Murray. p. 64.
  • Pinel, John P.J. Biopsychology 8th Edition. New York: Pearson, 2011. Chapter 17. ISBN 0205832563
  • Steinberg, David (2010). "Altruism in medicine: its definition, nature, and dilemmas". Cambridge Quarterly of Healthcare Ethics. 19 (2): 249–57.
  • Zaki, J. A. M. I. L., Mitchell, J. P., Greene, J., & Morrison, I. (2016). Prosociality as a form of reward-seeking. Positive neuroscience, 57-72.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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