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기가 쉽고 간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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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기가 쉽고 간편한 이유
  • 2019.11.27 14:12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어떠한 결과가 일어나기까지 영향을 끼친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 판단하려고 하는 지독한 경향이 있다.

행위자 또는 관찰자 입장에서 보는 세상

운전하다 도로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을 때 어떻게 느껴졌는지 생각해 보자. 길게 느껴지면 느껴졌지 짧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횡단보도의 빨간 신호등의 신호가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예는 어떨까? 다른 사람이 음악을 듣고 있는 소리는 시끄럽게 느껴지고 짜증이 나는가?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땐 그것이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다른 사람이 욕을 하는 것을 들으면 무슨 저런 무식한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막상 내가 기분 나쁘고 화나는 일이 생길 때 욕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모두 내가 행위자냐 아니면 관찰자냐 하는 처지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지각을 하면 길이 막혀서 늦었어!”라고 하며 지각의 원인을 외부 세상으로 돌리지만, 반대로 타인이 지각을 하면 분명히 늦장을 부리다가 늦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지각의 원인을 당사자 내부 문제로 돌린다.

사실 일상에 일어나는 갈등의 상당 부분은 지금처럼 일어나는 귀인의 오류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자동차 사고를 내면 폭우가 심해서혹은 커피가 갑자기 쏟아져서라는 식으로 상황 탓을 하며 합리화를 하지만, 배우자가 자동차 사고를 내면 앞을 잘 살폈어야지혹은 안전거리를 확보했어야지라는 식으로 그 사람을 탓하며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매사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 이런 식의 이중 잣대가 작동한다면 어떤 일에든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오류가 발전해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스캔들인 이중 기준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가 된다.

인류 역사에서 비극적인 일의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 혹은 '남탓'에서 비롯되었다. 히틀러는 독일의 불운을 유대인의 탓을 돌리며 6백명이나 학살했다. 사진에는 1944년 여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온 헝가인 유대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가스실로 보내졌다. (c)German Federal Archive.
인류 역사에서 비극적인 일의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 혹은 '남탓'에서 비롯되었다. 히틀러는 독일의 불운을 유대인의 탓을 돌리며 6백명이나 학살했다. 사진에는 1944년 여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온 헝가인 유대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가스실로 보내졌다. (c)German Federal Archive.

내로남불에도 원리가 있다

이러한 오류의 원인들 중 하나로서 가장 대두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비현실적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이 만들어낸 결과가 그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태도도 어느 정도 반영되겠지만, 상황적 제약도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타인의 행위를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가 없이는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언제든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특히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만 두드러지는 경향이 짙다. 그 이유는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을 개인의 내적 특질에 의해 나타났다고 하면 그것은 자신을 매우 위축시킬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경우에 있어서 부정적 결과의 원인을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타인의 사건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그 원인을 개인적인 자질 부족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 내 문제는 세상 탓이지만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이라는 논리다.

존스와 니스벳은 이러한 현상을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으로 설명하였다Jones & Nisbett, 1972. 쉽게 말하자면, 내 문제는 내가 행위자이므로 내 행위에 가해진 상황적 제약에 대해 잘 아는 반면, 다른 사람의 문제는 내가 관찰자에 불과하므로 상황적 제약에 대해 알기 어려워 사람 탓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글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여유를 가져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로남불과 같은 심리적 기제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자신에 대해서는 상황 탓을 돌리고, 타인에 대해서 사람 탓을 돌리고 있는지 알아야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상황적 이유가 있었는지 충분히 고려하고 타인을 대한다면 이해심 깊은 대인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mind

   <참고문헌>

  • Jones, E. E., & Nisbett, R. (1972). The actor and the observer Divergent perceptions of the ca uses of behavior In E. Jones et al. (Eds.), Attribution: Perceiving the causes of behavior'. Morristown. NJ General learning Press.

 

박준성 중앙대 평생교육원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사회 및 문화심리학 주제 중 삶의 의미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 평생교육원 상담심리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사람들의 성격, 건강, 진로, 및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아들러, 행복의 재발견」(2016), 「통계분석의 개념과 실제」(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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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룬 2022-05-24 22:25:48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선 상황도 잘 알고 내탓을 하면 내가 위축되니까 곧잘 상황탓을 하지만, 남의 일에 대해선 상황도 모르고 내가 해를 입을 일도 없으니까 그 사람 탓을 하기 쉽다는 것이군요.
좋은 글이네요.

다만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강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3~4번 다시 읽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