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젯밤 그 꿈을 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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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젯밤 그 꿈을 꾼 이유
  • 2019.07.12 08:00
프로이드 이후 꿈은 정신분석학적 연구대상이었다. 그러나 생리학이나 안과학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정신분석학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보다 과학적으로 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Dreams are the royal road to the unconscious.” - Sigmund Freud

프로이트의 이야기와 반론들

난해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내용이 생생한 이미지로 나타나는 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의 대상이었다. 무의식 상태인 수면 중 발생하는 현상으로 그 속에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궁금증은 수많은 학자들로 하여금 그 의미 규명에 매진하게 하였다. 정신분석학의 시조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the royal road to the unconscious”라 주장하였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무의식은 용납될 수 없는 성적 충동,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 쓰라린 감정들이 억압되어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따라서 꿈은 억제된 욕구 충족wish fulfillment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꿈속에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확신하는 대중에게 프로이트의 이론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헨리 퓌셀리Henry Fuseli, 1741~1825. '악몽The Nightmare', 1781, 캔버스 유화, 128 x 101 cm,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그러나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확인하고자 시도하였지만,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그의 예측과 일치하지 않았다. 그 하나의 예로 반복되는 악몽으로 고통 받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들 수 있다. 이런 사실은 꿈의 기능이 욕구충족이라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뒤집는 단적인 증거다.

생리학적 접근

1953년 시카고대학 대학원생인 Aserinsky와 그의 지도교수인 Kleitman(1953)이 발견한 REMrapid eye movement, 급속안구운동 수면은 수면과 꿈의 연구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되었다.¹ 외부 자극이 결여된 수면 중 뇌가 거의 각성 상태의 수준에서 빠르게 안구를 움직인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기간 중 수면을 중지시켰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생한 이미지로 꿈을 꾸고 있었다고 보고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꿈이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신체의 생리적 반응의 부산물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REM 수면과 꿈이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이론은 하버드대학 정신과 교수 Hobson과 McCarley가 제안한 ‘수면의 활성화-합성 모델Activation-synthesis model of dreaming’이다. REM수면 중 발생하는 각성 상태 수준의 뇌파활동은 뇌가 수면, 특히 REM 수면 중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뇌간의 신경회로가 REM 수면 중 활성화되는데, 이 회로들은 정서, 지각, 기억 등을 통제하는 뇌의 다른 영역들과 상호 연결되어 이 구조들도 함께 활성화된다. 뇌의 전두영역은 각 감각기관으로 입력된 정보와 기억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합하여 의미를 찾도록 기능화 되어있다.

이렇게 기능화 된 전두영역은 REM 수면 중 뇌간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신경신호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분열된 신경신호들을 어렵게 꿰맞추다 보니 대부분의 꿈이 난해하고 기괴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강한 공포심과 같은 강력한 정서반응, 비현실적인 색감이나 촉감, 맥락이 맞지 않고 비논리적인 내용 등은 꿈에서 깨어나더라도 대부분 그 내용을 기억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꿈은 수면 중 발생하는 신경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뇌의 단순한 시도로써 그 이면 속에 별다른 숨겨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꿈속의 의미를 부정하는 생리학적 모델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꿈을 생리학적 현상이라고 간주한다. 그 중 한 명이 James Watson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구조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Francis Crick이다. Crick은 뇌의 기억체계가 제한된 용량으로 인해 자주 용량을 초과하여 불필요하고 심지어 해가 될 수 있는 '기억 쓰레기'로 채워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쓰레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고 그 수단으로 꿈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망각하기 위해서 꿈을 꾼다”고 Crick은 주장한다.

REM수면의 생리학적 의미

콜롬비아대학 안과학교수인 Maurice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REM 자체의 생리학적 의미를 탐색하였다. 기존의 이론들은 왜 눈도 뜨지 않은 동물의 새끼들이 REM 수면을 취하고, 인간의 경우 임신 3기의 태아가 가장 왕성한 REM 수면을 취하는지, 그리고 왜 REM 수면 기간이 출생과 함께 줄어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는 REM 수면이 아니라 REM, 즉 안구운동 자체에 주목하였다. 즉 왜 태아가 사물을 보는 것도 아닌데 눈동자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가이다.

특히 그는 사고로 인해 안구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각막이 충혈된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 이유가 각막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에 따르면 눈을 감고 있는 비-REM 수면 동안 각막은 고정된 안구의 수양액으로부터 확산되어 홍채로 전달되는 산소에 의존하여 호흡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각막은 충분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며, 그 가능성을 수리모형을 도출하여 확인하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안구를 움직여 수양액이 움직일 경우 충분한 산소가 생성하며, 그 결과 각막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즉 REM은 각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꿈의 기능

이렇게 신경과학자들은 생리학적인 이유에 근거하여 꿈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삼가라고 권고한다. 그렇다고 하여 꿈속에 심리적인 의미가 없다고 무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꿈 연구자들이 꿈의 내용을 분석하였을 때 일관된 의미, 성격과 같은 다른 심리학적 변인들과의 높은 상관성, 그리고 현실과 일치되는 점들을 보고하고 있다. 일부 난해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내용은 은유적 생각의 부산물로 간주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자는 동안 수많은 꿈을 꾸지만 단지 그 일부만 기억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꿈의 기능이 있을 법한 상황을 연출하여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뇌의 상태를 워밍업해주는 역할이 아닐까 Hobson 교수는 제안한다. 즉, 그 날 하루 동안에 필요한 의식 상태를 자동차 엔진의 튠업과 같이 미리 예행연습을 해 두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해서 크게 신경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개꿈이라도 꾸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그것은 뇌가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ind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지각심리 Ph.D.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그 뒤, William Paterson University (NJ 주립대학)과 영국 University of Leicester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에 근거한 운동 통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각 및 운동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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