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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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대
  • 2019.12.21 14:26

위로의 아이콘 펭수

최근 mind지 에서도 다른 주제로 펭수와 관련된 글이 다루어졌지만, 그 전부터 펭수를 보면서 사람들이 (저 포함) 왜 이토록 펭수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EBS에서 데뷔한 펭귄은 그가 첫번째가 아니었으나 (뽀로로!), 초등학생들보다 성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며 거대 콘텐츠로 자리 잡은 펭수에 열풍 현상에는 귀여움을 넘어 그가 전하는 담담한 위로와 이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는 예쁘게 정리되어 인터넷상에 공유되고 있는 '펭수 어록'을 몇 개 가져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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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렇죠?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 못 한다고 속상해하지 말아요.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거 더 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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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이해를 받는다는 것

이런 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통찰을 주는 말은 아니지만, 지친 순간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들었을 때 "그래, 그랬었지" 하고 토닥토닥 위로받을 수 있는 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타인에게 위로와 이해받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경험이고, 많은 경우에 이러한 경험은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정희 金正喜, 1786~1856. 세한도 歲寒圖 , 1844년. 두루마리, 종이에 수묵, 23.7×108.2, 국보 180호.
김정희 金正喜, 1786~1856. 세한도 歲寒圖 , 1844년. 두루마리, 종이에 수묵, 23.7×108.2, 국보 180호.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관찰되는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의 형태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서로 지지(support)를 주고받습니다. 심리학에서 지지는 크게 정서적인 지지와(emotional support) 도구적인 지지(instrumental support)로 나눕니다.

도구적 지지는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조언해주는 것, 또는 물건을 빌려주는 것과 같이 수단적인 도움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정서적 지지는 공감과 위로와 같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 상대에게 힘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이 두 가지 형태의 지지가 혼재되어 관찰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연구는 두 가지 형태의 지지가 꽤 잘 분리되는 요인이며, 건강한 방식의 지지라면 그것이 도구적인 것이든 정서적인 것이든 모두 받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밝혀왔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한다는 것

오늘 소개할 연구에서는 이러한 지지를 받을 때가 아니라, 타인에게 다양한 형태의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지지를 제공하는 사람의 심리적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Morelli와 연구자들(2015)은 연구 참여자들의 일기를 분석하는 것을 통해서, 그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구적 지지와 정서적 지지 중에 주로 어떤 형태의 지지를 제공했는지 확인하고, 그 패턴이 지지를 제공하는 사람의 외로움, 스트레스, 불안 수준과 같은 심리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습니다.

일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한 사람들은 더 행복했다고 합니다. 외로움도, 스트레스도, 불안 수준도, 더 낮았습니다. 하지만 도구적인 지지만을 제공한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지지라는 것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주었던 따뜻한 지지를 되돌려받아 심리건강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 의문에 연구자들은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여 타인으로부터 되돌려 받는 지지에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거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정서적 지지를 많이 제공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심리상태를 보고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이러한 전반적 행복수준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 당일 뿐만 아니라 다음날까지도 지속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즉,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사람은 -되돌려받는 것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도구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 역시 개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가까운 사람을 도구적인 방법만으로 도왔을 때 그 자체로는 효과가 미미했지만, 여기에 정서적 지지가 더해져 있었다면 그 행위가 개인의 안녕감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컸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실제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하거나 직접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내가 위로와 공감을 할 줄 몰라서라기보다는 그가 빨리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서 그만 힘들어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서적 지지와 도구적 지지의 차이를 알았다면, 이제 실제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서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작은 공감과 이해를 더해보면 어떨까요?

위로를 받는 것, 위로를 하는 것 모두 필요한 시대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그럼 펭 - 빠! (펭수 바이) mind

 

<참고 문헌>

Morelli, S. A., Lee, I. A., Arnn, M. E., & Zaki, J. (2015). Emotional and instrumental support provision interact to predict well-being. Emotion15(4), 484.

김혜린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 박사수료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다. 최진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노년기 사회적 고립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상황에서 관찰되는 뇌 반응과 지각된 외로움 수준의 개인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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