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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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한 이유
  • 2019.07.08 10:00
마음의 병이 생겼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전문상담사를 양성해온 천성문 교수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이유를 쉽게 설명해준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문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벼운 상처라면 집에서 간단히 처치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병원을 찾게 된다. 적절한 치료를 하고 주사나 약을 처방 받고 며칠간 치료를 다니다가 그래도 잘 낫지 않으면 지인들이 알려 준 병원을 찾아다니거나 답답한 마음에 민간요법을 동원하여 병이 낫도록 노력한다. 이 때 우리는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 분야에 저명한 의사선생님을 찾아가고 최첨단 의료기들의 힘을 빌려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며 진단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몸의 상태를 체크하며 진료 기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반 고흐(Vincet van Gogh)는 자신의 우울증을 상담했던 가셰(Dr. Gachet) 박사의 초상화를 남겼다(1890년. 68*56cm. 개인소장). 자살을 시도하기 몇 달 전 일이다. 미술사에서 상담사의 초상화가 등장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무척 가난했던 고흐지만 전문상담사의 도움을 청할 만큼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심리상담은 일반적이었다. 고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가젯 박사에게서 진정한 친구를 발견했다. 그는 또다른 형제같으며, 우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서로 무척이나 닮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되는 상처나 질병 등에 대해서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지만 마음의 병은 어떻게 할까? 상처가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어디가 아픈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어디가 얼마나, 도대체 왜 아픈지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마음이 아픈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고 생각하여 시간만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책이나 강의를 통해 치유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러는 마음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알까봐 숨기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신체적 문제로 병원을 찾았으나 마음의 문제라고 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불치병이라 생각하여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마음의 병을 살피는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내 마음과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는 일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의 복합성,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가치관의 혼란, 결혼 또는 이혼의 문제, 다문화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등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로 불안, 긴장, 고통 등의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현대인이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문제들은 그 양과 질에 있어서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비율은 32.5%로 OECD 평균인 68.3%에 비해 절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60만 명을 넘었고(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6), 2015년 기준 자살 사망률 통계는 OECD 평균은 11.6명인데  우리나라는 25.8명으로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이러한 결과를 확인해 주듯 UN의 ‘세계행복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국민 행복도가 전 세계 156개국 중 우리나라는 57위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심리적 부분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성폭력, 아동 학대, 갑질 논란 등과 같은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우리들의 심리적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경주 지진, 가습기 피해 등 예상치 못한 사건 등에 의해서도 우리는 다양한 외상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내 문제의 시작을 아는 일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을 경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문구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진료는 의사에게.” 육체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병원과 전문가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전문가인 상담자를 찾아야 한다. 상담이 필요한 문제의 종류나 환경의 특수성은 매우 다양하고, 그 증상이나 호소하는 어려움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관련문제로 인해 마음의 불편함과 아픔을 느끼고 있으며 그 고통이 마음을 벗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인 질병에 외과적인 수술이 이루어지듯,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에는 상담을 통한 좀 더 깊은 탐색이 요구된다. 물론 병원에서의 진료로 모든 질병을 다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상담을 통해 모든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 시작은 알 수 있다.

나도 몰랐던 또다른 나를 만나는 일

바쁜 현대인들은 쉽게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기 어렵다. 마음의 상처가 있어도 치유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바람에 더 큰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시작된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자신마저도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심리적인 문제를 그냥 방치하면 나중에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곪아버리게 마련이다.

마음의 상처를 꺼내는 일은 자신도 힘들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 더욱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이 가족보다는 타인에게 하소연을 하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상담자와 만남은 친구나 부모, 동료나 상사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다. 그래서 상담은 내담자의 복잡한 삶에 개입하기 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함께 기다려주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 자신이 외면했던 또다른 상처받은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

상담을 통해 상처입은 나를 깊게 만나는 일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일이다. 아픈 아이를 내버려두는 부모는 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가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어린 아이와 같이 상처입은 아픈 마음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뒤지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생각하거나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아플 수 있다. 그냥 보기에는 맑은 물이지만 누구나 마음 속 깊숙이 진흙 한 줌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 나를 알아주려고 하는 상담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 한 줌의 흙을 만나야 한다. 이 흙을 만나는 것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억눌려 있던 감정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이며, 자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심리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사람마다 원하는 삶은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인간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관계가 흔들리면 삶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상담이라 할 수 있다. 상담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시각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운동선수들도 그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치가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상담자와 함께 자신의 문제를 나누고 이해하려는 일이 좀 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용기있는 현대인의 모습인 것이다. mind. 

 

천성문 부경대 평생교육상담학과 교수 상담심리 Ph.D.
현재 부경대 평생교육상담학과에서 상담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상담센터와 인권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야는 상담자 교육, 정신역동적 심리치료 그리고 집단상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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