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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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로봇, 어디까지 왔나
  • 2020.01.02 10:00
요즘 새로운 제품이 나올때 빠지지 않는 기술이 인공지능, 즉 AI다. 그렇다면 AI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그리고 얼마만큼 인간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한 때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로 평가되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인 이세돌 바둑기사와 대국하여 41패로 승리한 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사실 AI는 더 이상 언론을 통해 접하는 단어가 아니라 공기청정기, 청소기, 스피커, 심지어는 자동칫솔, 피부관리기 등 다양한 상품으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AI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요?

이렇게 AI가 상업화할 정도로 대중화되었지만 그 정도로 우리가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사실 저자는 언어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하였지만 언어학을 전공하던 중 인지과학에 매료되어 (언어학도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하나의 하부 학문이지만) 심리학과로 전과하였다. 인지과학을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컴퓨터 과목도 함께 수강하였는데 그때 수강한 과목 중 하나가 AI이었다. 그 당시 AI과목은 LISP라는 컴퓨터 언어로 다양한 영어 문장들을 문법적으로 분석하는 자연언어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과제 중에 하나가 tic-tac-toe라는 게임을 프로그램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 컴퓨터 모니터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글자로 3x3 판을 만들어 그 위에 OX를 표시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는데, 많은 시간 공을 들인 결과 게임을 하면 절대 컴퓨터를 이길 수가 없고 최선의 결과가 비기는 것이어서 나 자신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생각이 난다.

Honda Asimo의 충격

그 후 전공에 매진하였던 관계로 AI는 맛만 보고 끝나 버린 결과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일본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Asimo라는 직립보행로봇을 제작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고 능력, 언어 능력, 도구 사용 능력 등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에 못지않게 인간을 특징짓는 것이 직립보행능력이다. 두 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보행을 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발로 신체를 지탱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게 중심에 맞추어 균형을 유지하여야만 넘어지지 않고 목적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혼다 아시모가 보여준 것이다.

Honda Asimo는 혼다사가 만든 로봇이다. '로봇의 원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1992의 이름 따서 아시모Asimo라 불렀다. 

Honda Asimo 동영상

혼다 아시모의 작동원리는 필자가 프로그램한 tic-tac-toe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아시모는 엄청난 정보처리능력을 이용하여 움직일 때마다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결과들을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계산하여 이동한다는 것뿐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가 획기적으로 발전하였고 이런 발전으로 증대한 계산 능력이 아시모 제작에 크게 기여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BigDog의 균형

그로부터 5년 뒤. 2005MIT 전자공학과 교수였던 Marc Raibert가 설립한 Boston Dynamics 회사에서 빅독BigDog이란 로봇을 제작했다. 이 로봇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을 때는 아시모로부터 받은 충격 그 이상의 충격을 느꼈다. 특히 얼음 위에서 발들이 제각각 미끄러지거나, 동반한 연구원이 발로 차서 몸통이 기우뚱거리면서 균형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도 균형을 되찾는 장면에서는 감탄사가 절대 나왔다.

* Boston Dynamics BigDog 동영상

BigDog의 진화를 보여주는 최근 동영상

아시모를 보다가 빅독을 보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아시모의 동작은 생명체의 동작에 비해 자연스럽지 않고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빅독의 행동, 특히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거나 얼음판 위에서 넘어질 것 같은 상태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동작 같은 것은 동물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차이는 두 로봇이 상이한 원리원칙에 근거하여 설계된 결과로 인한 것이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를 만든 사람들

일반적으로 AI1956년 여름 Dartmouth College에 모인 10명의 연구자들이 2달 간에 걸쳐 진행한 워크숍에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워크숍에서 AI 시조들(John McCarthy, Marvin Minsky, Claude Shannon, Herbert Simon, Allen Newell )은 인간 지능의 핵심을 기호처리능력에 있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AI의 초점은 알고리즘, 즉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게 되었다. 특히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고려되는 자연언어처리, 지식 표상과 이성적 사고, 전문가의 문제해결능력 등을 논리연산방법으로 구현해 보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으며, 그와 더불어 체스 게임 알고리즘 개발 시도도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파고도 이런 시도의 진화된 유형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인간 심리의 근원은 마음이며, 마음은 육체와 별개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생각으로부터 기원하며, 현재 ‘Good Old-Fashioned Artificial Intelligence’ 혹은 줄여서 GOFAI로 지칭되고 있다.

GOFAI는 인간의 마음을 논리적 연산법칙에 따라 기호를 조작하는 기계와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 여기서 논리적 연산법칙에 따라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알고리즘이라 하며, 이런 절차는 (언어 사용자인 경우) 의식 혹은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수학자인 경우) 수학의 공식을 적용하여 정리theorem를 증명하는 것, (의사인 경우) 환자의 증상에 근거하여 질병을 식별하는 것 등이 된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 알고리즘이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회로가 되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칩이 되던,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과는 관계없이 어떤 육체에도 구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학자들에 사이에 인간의 인지능력을 육체와 환경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야구장갑을 낀 상태로 탁자에 놓인 물잔을 잡는다고 생각해 보자. 물잔의 크기에 맞추어 손을 벌리고 물 잔의 무게와 재질에 맞추어 힘을 가하여 잔을 잡지만,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이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동작을 구현하는 로봇팔을 제작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물잔과의 위치와 거리, 물잔의 크기, 물잔의 재질 등을 계산한 뒤 그 정보에 근거하여 얼마나 팔을 뻗어야 할 것인지, 팔꿈치를 얼마나 펼 것인지, 손아귀는 얼마나 벌려야 할 것이지, 어느 정도의 악력을 가해 손아귀를 오므릴 것이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그에 비해 맨손으로 물잔을 잡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손바닥 피부의 세포 조직은 유연하게 변형하여 다양한 형태와 재질로 이루어진 물체와 쉽게 밀착하게 하며, 손끝에 위치하는 많은 촉각 수용기로부터 전달되는 촉감은 손가락에 가해지는 힘의 배분 조절을 용이하게 한다. 그에 더불어 손가락 마디, 손목, 팔꿈치 및 어깨 관절과 근육에 소재하는 고유감각 수용기는 손의 위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여 잔에 담긴 물을 흘리지 않고 안전하게 입으로 유도한다.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손잡이를 잡고 마실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머그잔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가락에 적절한 힘을 가해야만 머그잔의 균형이 유지되어 커피가 쏟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머그잔을 입으로 가져오고, 입과 접착시킨 뒤 잔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커피를 입안으로 흘려 넣고, 커피가 줄어들면서 함께 줄어드는 머그잔의 무게에 상응하는 지지력을 팔에 가하는 것과 같이 많은 세부 사항을 충족시켜야 성취될 수 있는 동작이다.

GOFAI는 이런 동작들이 그 동작을 수행하는 행위자의 육체적인 속성과 관계없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행위자가 인간이 되던 로봇이 되던 하나의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동작을 하위 동작으로 분석한 뒤, 각 하위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예에서 보듯이 인간의 피부 세포 조직, 촉감 및 고유감각 기능 등을 활용할 경우 중추신경계, 즉 뇌의 통제(뇌가 수행해야하는 계산)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를 구현해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시모와 빅독이 다른 이유

이런 차이가 아시모와 빅독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동한다. 아시모의 동작 하나하나는 GOFAI 원칙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의 실행으로 구현된 결과다. 하지만 엄청난 계산능력을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모가 활동하는 환경은 대부분 단순한 환경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통 굴곡이 없는 평평한 지면 위에서 걸어 다니거나,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도 하지만 그 계단은 높이와 너비가 일정한 크기로 제작된 것이다.

그에 비해 빅독은 눈 속을 걷거나, 험난한 산비탈을 하강하거나, 미끄러운 빙판 위를 걸어간다. 특히 빙판 위에서 균형을 잃어버렸을 때 각각의 다리는 각자 반응하지만 총체적으로는 균형이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 순간마다 구현되는 동작은 그 상황에 따라 결정되어 발현되는 완전히 새로운 동작으로, 아시모와 같이 미리 저장된 정보를 인출하여 산출하는 동작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빅독의 반사적인 동작은 아시모의 정제된 동작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빅독이 얼음판 위에서 비틀거리기 시작할 때의 상황은 수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것이다. 하지만 각 다리의 독자적인 반응이 함께 결합하였을 때 불균형 상태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궁극적으로는 균형 상태가 복원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지능에 대한 탐구

지능이란 무엇인가?’ 이 의문은 인류가 궁금해 하는 가장 큰 의문 중에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시도하였으며, 현재도 심리학자, 철학자, 교육학자, 생명공학자, 신경과학자, 컴퓨터공학자 등 많은 학자들이 그 규명에 전념하고 있다. AI 또한 이런 시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AI의 태동기에는 지능의 본질을 추상적인 기호처리능력으로 보았으며, 이 능력은 육체와 독립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개념 하에 수많은 AI 알고리즘이 개발되었으며, 그 부산물들이 현재 우리 생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것도 가능한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연지능의 이해를 증진시키느냐고 물었을 때는 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 증진에 GOFAI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 종이와 같이 부드럽고 유연한 재질의 물질을 조작한다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젓가락질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걷는 뒷모습을 보고 누군지 알아맞히거나 등과 같은 일들을 알고리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더라도 결코 용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답을 어디서 구하느냐다. GOFAI와 같이 답을 행동을 구현하는 육체와 행동의 대상이 되는 환경을 배제한 상태에서 뇌에서만 찾을 경우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환경과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하면 환경과의 대처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환경과의 대처에서 정해진 답이란 없다. 답은, 빅독이 보여주듯이,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 창발emerge한다.

AI의 가능성과 한계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이다라는 정의가 나온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관심은 알파고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이 위 정의와 같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이라면, 알파고의 능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으며, 따라서 자연지능으로 보기 어렵다. 하드웨어의 지속적인 개발로 인해 계산 능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은 그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그 목표가 자연지능에 대한 이해 추구에 있을 경우, 기존의 GOFAI식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빅독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포함하는 생명체의 지능적인 행동은 육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창발하는 답을 적절하게 활용하는데 있을 것이란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mind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지각심리 Ph.D.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그 뒤, William Paterson University (NJ 주립대학)과 영국 University of Leicester 심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각에 근거한 운동 통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환자,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 및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각 및 운동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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