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여다보는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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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여다보는 신기술
  • 2020.01.07 16:00
다른 사람의 생각을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뇌영상 연구의 눈부신 발전과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상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심리학자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갖는 선입견은, 심리학을 배우면 타인의 생각을 잘 짐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물론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인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좀 더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을 자주 시도한다. 아쉽게도 그 결과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추정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 때문에 적어도 일상의 다양한 문제 해결 현장에서 종종 심리학자가 유용해지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과학적 추정 수준의 '마음읽기mind reading'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눈으로 들여다 볼 수는 없을까? 심리학자들 스스로도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그 동안 부단히 노력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여러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이론만 무성했고 실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뇌활성화 양상 분석을 통한 마음 탐색

다행히도 뇌영상기법 특히 기능적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기법의 발전과 함께 최근에 이르러서야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의 Marvin Chun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이 특정 사진을 보고 있을 때 활성화된 뇌 영역별 fMRI 촬영 자료만을 토대로 해당 원본 사진에 대한 시각적 재구성reconstruction을 시도했다Cowen, Chun, & Kuhl, 2014.

Chun 교수의 연구는 기술적 난이도는 매우 높지만 적어도 재구성 과정에 활용한 논리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참가자는 방대한 량의 서로 다른 얼굴 사진을 제공받고 개별 사진들에 대해 간단한 심리적 과제를 수행한다. 개별 사진에 대한 과제 수행 중 fMRI 측정이 병행되며 따라서 측정된 fMRI 영상 자료는 참가자가 과제 수행 중 처리했던 개별 얼굴 자극의 영상적 특징에 대응하는 고유의 뇌 영역별 활성화 패턴 자료를 제공한다.

Chun 교수는 이 과정에서 얻어진 방대한 fMRI 자료와 원래 사진들의 영상 특성 요인들 간 상관correlation이 존재하는 요소들을 짝짓기하고 이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에 근거해 신경망neural network에 학습시켰다. 학습이 완료될 경우 해당 신경망은 개별 참가자의 뇌활성화 측정 자료만을 토대로 원래의 얼굴 사진이 무엇이었는지를 역으로 추정해 재구성하는 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평가 과정에서 신경망이 재구성한 얼굴 사진은 원본 사진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육안 상으로는 범주 구분(예: 얼굴 윤곽, 인종, 성별, 주요 얼굴특징)이 대략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림 1 참고).

그림 1) Cowen과 그의 동료들(2014)의 연구에서 사용된 얼굴 자극과 신경망이 재구성한 얼굴 사진의 예. 가장 좌측 열의 사진들은 원본 영상이며, 두 번째 열은 해당 사진 영상의 시각 특성을 토대로 수리적으로 단순 재구성한 얼굴 영상. 세 번째 열은 후두부와 나머지 영역들의 뇌활성화 패턴자료들만을 토대로 신경망이 재구성한 얼굴 영상이며 네 번째 열부터는 개별 영역별 자료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얼굴 영상에 해당된다. 세 번째 열의 사진들이 Chun 교수가 주목한 신경망의 주요 수행 결과에 해당된다(사진 자료는 해당 연구논문의 Figure 2를 옮겨왔음을 밝혀둔다).
그림 1) Cowen과 그의 동료들(2014)의 연구에서 사용된 얼굴 자극과 신경망이 재구성한 얼굴 사진의 예. 가장 좌측 열의 사진들은 원본 영상이며, 두 번째 열은 해당 사진 영상의 시각 특성을 토대로 수리적으로 단순 재구성한 얼굴 영상. 세 번째 열은 후두부와 나머지 영역들의 뇌활성화 패턴자료들만을 토대로 신경망이 재구성한 얼굴 영상이며 네 번째 열부터는 개별 영역별 자료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얼굴 영상에 해당된다. 세 번째 열의 사진들이 Chun 교수가 주목한 신경망의 주요 수행 결과에 해당된다(사진 자료는 해당 연구논문의 Figure 2를 발췌한 것임을 밝혀둔다).

마음 속 상상을 시각화하기

재구성된 얼굴 영상이 비록 조악한 것을 숨길 수는 없지만, Chun 교수의 연구는 그 동안 뇌영상 촬영 기법을 토대로 특정 자극에 대한 정보처리나 심리적 과제 수행 시 뇌영역별 활성화 수준만을 수동적passive으로 관찰했던 연구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Chun 교수의 연구는 그보다는 개인의 뇌활성화 패턴만을 토대로 해당 반응을 촉발시킨 얼굴 사진을 역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개인이 마음속에 상상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타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 혁신적인 성과에 해당된다.

물론 Chun 교수의 연구가 참가자가 특정 얼굴을 회상 혹은 상상하고 있을 때의 해당 얼굴을 직접 시각화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또 다른 뇌영상 연구는 개인이 특정 시각자극을 직접 눈으로 볼 때와 마음속에 상상할 때 뇌의 동일 영역이 활성화 되며 그 활성화 패턴 또한 유사함을 보고한 바 있다Kosslyn, Thompson, & Alpert, 1999.

따라서 Chun 교수의 연구 결과를 여기에 적용해 확장하면, 특정 개인이 경험하는 자극과 그에 따른 뇌영역 활성화 패턴에 대한 방대한 상관 자료가 축적되어 있을 경우 해당 개인이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특정 사람의 얼굴을 타인이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이러한 재구성 기법의 이론적 정교화와 함께 해당 기법의 구현에 사용된 장비의 범용화 및 소형화인데, 이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는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이 가능할 것이 예상된다. 자, 곧 주변의 가족과 친구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여러분의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과연 여러분은 이러한 미래의 가능성에 감탄하기에 앞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숨기고 싶은 생각을 누군가는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윤리적으로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심리학자인 내 입장에서는 매우 흥분되고 기대되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mind

관련 YouTube 링크: https://youtu.be/y53EfXv3bII

<참고문헌>

  • Cowen, A. S., Chun, M. M., & Kuhl, B. A. (2014). Neural portraits of perception: reconstructing face images from evoked brain activity. NeuroImage, 94, 12-22.
  • Kosslyn, S. M., Thompson, W. L., & Alpert, N. M. (1997). Neural system shared by visual imagery and visual perception: A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study. NeuroImage, 6, 320-334.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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