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설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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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설명하기
  • 2020.04.01 15:43
아이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해하고 외출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6세 아들이 갑자기 광장 공포증 증상이 생겼다. 유치원 휴원으로 인해 집에 내내 박혀 있다가,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시자고 외출을 제안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무서워서 안 나갈래요”라며 외출하기를 거부했다. 이어서 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걸리면 죽냐고 물어본다. 예전에 키우던 베타 물고기 푸우가 죽었을 때 “외로워서 친구들이랑 살러 갔어”라고 설명했을 때는 더 이상 묻지도 않더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이의 죽음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 모양이다. 이에,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다음과 같은 심리학 팁들을 공유해본다.

아이의 연령에 맞는 언어와 정보를 공유하며,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주기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 무렵에 A형 독감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는 아이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이 감기와 같다고 설명을 해줬다. 기침도 하고, 열도 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밖에 나가면 다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정보 수정도 해주었다. 심리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너무 많은 정보를 줘서 압도하는 것을 주의해야 하며, 질문에 대해 솔직하고 명확하게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필요 시 죽음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5-9세 사이에 죽음이 끝이라는 개념이 발달하지만, 생물학적인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 이 연령대의 아동들은 죽음에 대해 유령이나 악마와 같이 이인화된 형태의 존재가 데리고 가서 죽는다고 생각을 한다. 9-10세가 되어야 아이들은 죽으면 신체가 부패하고,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아들은 최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죽음은 영화에 등장하는 가오나시의 모습 쯤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우선,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신체적인 부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은 무서운 사람이 데려가는 것이 아니고, 엄마도 죽음이 싫고 무섭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더불어, 코로나 바이러스 걸린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은 죽지 않고, 엄마와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제목: The Child and Death제작자: Edvard Munch여섯살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있지 않아 엄마같은 누나를 떠나보낸 뭉크에게 죽음은 너무나 친숙한 주제였다. 엄마의 죽음을 애써 부인하는듯이 귀를 막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크기: 100.0 x 90.0 cm작품유형: painting권리: Kunsthalle Bremen - Der Kunstverein in Bremen재료: Oil on canvas
엄마의 죽음을 애써 부인하는듯이 귀를 막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여섯살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있지 않아 엄마같은 누나를 떠나보낸 뭉크에게 죽음은 너무나 친숙한 주제였다. Edvard Munch, 'The Child and Death,' 1899, Oil on canvas, 100 x 90 cm, Der Kunstverein in Bremen, Germany. 

개인적 통제감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기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모호하고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도 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통제감을 높이는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안한 상황에서 어른들도 개인적 통제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관찰됐지만, 휴지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휴대폰으로 정보를 하루종일 검색한다. 아이들도 이런 개인적 통제감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세균과 면역체계에 대한 아주 쉬운 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세균은 손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바이러스와 아이가 맞서 싸울 수 있는 일은 골고루 먹고, 잘 자는 것이라는 설명에도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와 같이 찰흙으로 백혈구, 항체와 세균 모형을 만들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활동은 아이보다 nerdy한 내가 훨씬 즐긴 것 같다).

어른의 불안 먼저 다스리기

아이들은 어른에게 정서적 단서를 얻기도 하고, 부모의 행동을 모방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되던 시기에, 10시와 4시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을 매일 챙겨보며, 휴대폰에 코를 박고 뉴스 검색했던 나의 모습들을 생각하며 반성을 해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나의 불안한 정서가 어떤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험한 상황은 맞지만, 아이 앞에서는 스스로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용감하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메시지로 안심을 시키는 것에 집중을 했다.

언제든 궁금하면 물어봐도 된다고 말해주기

불안한 감정은 특징적으로 사람을 회피하게 만든다. 내가 불안하다고 해서 아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물어보면, 주제를 바꾸거나 물어보지 못하게 하면 불안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언제든, 바이러스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물어보라고 알려주었다.

아이와 찰떡같이 붙어있는 이 시기가 모든 부모에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아들은 다행히 외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제 오랜만에 산책을 하러 외출할 수 있었다. mind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성신여대 심리학과 부교수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중. 대외적으로는 정신장애의 원인을 과학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근거기반치료를 개발하는 임상심리학 교수이지만 실제로 연구나 생활에서 섭식, 성과 수면처럼 형이하학적 주제에 주로 관심이 많음. 현재는 20년넘게 쌓아온 심리학 지식을 활용하여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유일의 수면심리학자. "사례를 통해 배우는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저자이며, 행동과학과 심리치료 연구실 BEST랩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임상심리학자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꿈인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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