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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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의 거짓말
  • 2019.07.10 09:00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곧잘한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이러한 거짓말을 할까? 그리고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샐리와 앤이 있었어요. 샐리가 공을 바구니에 넣었어요. 샐리가 방을 나갔어요. 그 사이에 앤이 공을 상자에 옮겨 놓았어요. 샐리가 방으로 다시 들어왔어요. 샐리는 공을 찾기 위해 어디를 살펴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아동이 ‘샐리가 바구니에서 공을 찾는다’ 라고 대답한다면, 이는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샐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샐리는 앤이 공을 바구니에서 상자로 옮기는 동안 방에 없어서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바구니에서 공을 찾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만약 아동이 ‘샐리가 상자에서 공을 찾는다’ 라고 대답했다면 샐리도 자신처럼 공이 옮겨간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틀린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틀린 믿음 실험

이 실험은 아동들이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게 될까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실험인 ‘샐리-앤 과제Sally-Anne Task’를 이용한 ‘틀린 믿음 실험False-belief test’이다. ‘샐리-앤 과제’는 초콜릿을 이용한 Maxi과제, Smarties과제로 변주되어 아동의 마음 이해 능력의 출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아동의 틀린 믿음 이해 능력을 살펴본 500 여 편의 연구결과를 메타분석 한 내용에 따르면 3세 이하는 우연 수준 미만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4세는 우연 수준 이상으로 성공하고, 5세가 되면 대부분 과제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꽤 일찍부터 마음 이해 능력이 발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틀린 믿음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때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나아가 아동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때때로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아동이 부모, 교사, 또래와의 다양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사실(실제)과는 다르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하는 편이 더 나은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거짓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일반적인 형태의 거짓말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사실을 말하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배려하려는 목적으로 자신의 진짜 생각과 반대되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을 하게 된다. 

선의의 거짓말

아동이 언제부터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이나 상황undesirable gift paradigm을 고안해서 아동이 어떤 반응을 하는 지 살펴보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해외 연구에서는 3-11세 아동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았다. 아동은 연구자와 함께 게임을 한 후 선물을 받았는데, 아동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아닌 비누를 선물로 받았다. 이후 연구자가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자 68%의 아동이 마음에 든다고 하얀 거짓말을 하였다. 아동의 연령이 높을수록 하얀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더 높았고, 선물이 마음에 드는 이유에 대하여 합당한 설명을 하는 등 더욱 정교하게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는 3-6세 아동에게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빵이 맛이 없었던 상황, 생일 선물로 로봇을 받고 싶었는데 책을 받은 상황, 친구에게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상황을 주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것인지, 사실과 다르게 말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였다. 그 결과, 선의의 거짓말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반응이 3-4세 아동에게서도 나타났으며, 5-6세가 되면서 더욱 증가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선의의 거짓말이 아동의 학령 전기부터 시작되며 학령기에 이르면서 그 반응이 더욱 증가함을 보여준다. 

어린 아이도 거짓말을 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과제를 좀 더 쉽게 만들 경우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좀 더 어린 나이에서도 가능하였다. 아동의 거짓말은 동기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본인이 잘못한 행동을 사실대로 말했을 때 부모나 교사에게 혼이 날까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사실대로 말했을 때 부모나 교사가 상심하거나 실망할까봐 사실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이다. 아동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서도 거짓말을 하지만, 더 고차원적으로 다른 사람이 원하는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하기 위해서도 선의의 거짓말을 피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아동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굉장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성인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부모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야단치기에 앞서 놀라고 화난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인지가 발달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왜 거짓말을 했을지 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의 거짓말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혼내려고 한다면 자녀는 더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주기 보다는 부모가 기대하는 대로 자녀가 따라주기를 원할 경우 자녀는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모습과 대답을 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정직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거짓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는 만큼, 부모가 자녀의 말과 행동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읽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ind

권혜진 나사렛대 아동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유아의 또래 상호작용과 문제해결력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였다. 현재. 나사렛대 아동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아동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하여 영유아발달, 놀이, 교사교육, 부모교육, 보육정책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육아정책 및 보육정책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저로 '아이와 교사가 즐거운 놀이지도(2016)', '보육교사인성론(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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