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도 웃게 만드는 추억의 인생 음악
최근 트로트가 다시 열풍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 TV 속 가요무대에서 흘러나오던 옛 추억의 음악 트로트는 다시 온 가족이 함께 좋아하는 인기 있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 노래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혼자서 흥얼거리고,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던 18번 애창곡이 있지 않으신가요? 행복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는 우리를 웃음 짓게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추억의 ‘인생 음악’은 치매를 앓는 어르신 분들도 행복하게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본 리뷰에서는 치매 노인을 위한 음악요법 중재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치매와 비약물적 중재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를 앓는 노인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치매는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이 없기 때문에 치매에 대한 비약물적 중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정서emotion는 병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심각한 치매 단계에서조차 정서를 기억하고 느끼는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자선단체 ‘Playlist for Life’는 치매환자를 위한 '인생 음악 목록'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제 현장에서 훈련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치매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음악을 활용합니다. 이 자선단체의 부의장 앤디 로운즈Andy Lowndes에 따르면, 뇌 영역 중에서 음악과 정서, 자서전적 기억 등이 함께 처리되는 전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ex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의해 가장 마지막에 손상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개개인의 인생 음악을 통해 이 뇌 영역을 잘 활용한다면 치매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비약물적 중재가 가능합니다.
치매와 음악 요법
아브라하와 동료들은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를 통해, 치매에 대한 다양한 비약물적 중재의 효과를 비교했습니다Abraha et al., 2017. 감각 자극 요법, 음악 요법, 행동 관리 기술 등 다양한 비약물적 중재가 치매 환자의 행동 및 심리적 증상BPSD, Behavior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을 다루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다양한 비약물적 중재에 관한 38편의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음악 요법과 행동 관리 기술이 치매 환자의 행동 및 심리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치매환자의 초조 및 공격적인 행동과 같은 증상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은 음악 요법이었습니다.
초조agitation는 치매노인이 매우 흔하게 겪는 증상으로, '대상자의 요구 또는 혼돈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적절한 언어적, 음성적, 운동적 활동'으로 정의됩니다. 신체적/언어적인 공격적/비공격적 행동을 모두 포함하며, 치매 노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돌봄의 어려움을 증가시킵니다공은희, 박명화, 2015. 음악 요법은 치매 환자의 초조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비약물적 중재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공은희와 박명화2015의 메타연구에서 치매와 음악 요법에 대한 10편의 무작위 실험 연구의 효과 크기를 분석한 결과, 음악 요법은 치매 노인의 초조 행동을 감소시키며 중간 정도의 효과 크기를 나타내었습니다. 페데르센과 동료들도 음악 요법이 치매 환자의 초조행동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며, 음악 요법이 치매 환자의 초조 증상 완화에 있어서 임상적, 통계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Pedersen et al., 2017. 그러나 위의 연구들에 따르면 음악 요법의 한계점은 존재합니다. 음악 요법의 방식에 따라 효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며, 치매의 정도나 종류에 따른 체계적인 음악 요법 연구가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인생 음악 목록 만들기
'Playlist for Life' 자선단체의 부의장 로운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생 음악 목록'을 만들기 위한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 인생에서 중요한 기억들이 주로 형성되었을 10대~30대 때에 인기 있던 top100 노래 검색하기.
-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친한 친구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노래 추가하기.
- 민족적 유산, 국가적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추가하기.
로운즈는 덧붙여, 치매에 걸리기 전에 ‘인생 음악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둘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악을 찾기 위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을 강조합니다.
자선단체 Playlist for Life는 설립자 샐리 마그누손Sally Magnusson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샐리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친숙한 음악이 엄마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여 엄마를 다시 즐겁게 만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인생 음악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아름다운 하모니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샐리는 이 짧지만, 행복한 순간을 치매 환자를 돌보는 다른 가족들과 나누고자 자선단체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재가 및 시설에 계신 어르신분들께 더욱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함께 ‘인생 음악 목록’을 만들고, 다같이 추억의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요? 샐리와 어머니가 인생 음악을 들으며 느낀 행복과 즐거움을 우리도 다 함께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mind
<참고문헌>
- 공은희, 박명화. (2015). 음악요법이 치매의 초조행동에 미치는 효과. 성인간호학회지, 27(1), 106-115.
- Abraha, I., Rimland, J. M., Trotta, F. M., Dell'Aquila, G., Cruz-Jentoft, A., Petrovic, M., ... & Cherubini, A. (2017). Systematic review of systematic reviews of non-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to treat behavioural disturbances in older patients with dementia. The SENATOR-OnTop series. BMJ open, 7(3), e012759. Doi:10.1136/bmjopen-2016-012759
- Carolyn Crist. (2019, June 25). Music playlists could help dementia patients. REUTERS. Retrieved from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dementia-music/music-playlists-could-help-dementia-patients-idUSKCN1TP2QA
- Pedersen, S. K. A., Andersen, P. N., Lugo, R. G., Andreassen, M., & Sütterlin, S. (2017). Effects of Music on Agitation in Dementia: A Meta-Analysis. Frontiers in Psychology, 8(742). Doi:10.3389/fpsyg.2017.00742
- Ranscombe, P. (in press). Creating a personal music playlist to help treat dementia. The Lancet Neurology. Doi:10.1016/S1474-4422(19)301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