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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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많은 내담자들은 어떨 때는 밝았다가, 어떨 때는 어두어지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신의 상태와 행동에 당황도 하고, 실망도 하며,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절대 변하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일까요?

진짜 내 모습이란?

심리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제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이런 고민은 주로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힘이 들어서 이전에 했던 방식대로 대인관계나 일 등을 하기 힘들어질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전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무언가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듣기 쉽기 때문입니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라거나, “이건 나 답지 않아.”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 ‘나 다운 것’,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요?

입체파 화가 피카소는 얼굴의 단일성을 해체했다. 그에게 분열적 인간이 오히려 정상적인지 모른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Femme assise, robe bleue, 1939, 캔버스에 오일, 73 x 60 cm, 개인소장.
입체파 화가 피카소는 얼굴의 단일성을 해체했다. 그에게 분열적 인간이 오히려 정상적인지 모른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푸른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는 여인', 1939, 캔버스에 오일, 73 x 60 cm, 개인소장.

'고정된 나'가 아닌 '변화하는 나'

많은 분들이 ‘진정한 나’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향적이야’, ‘나는 성격상 이런 것 못 해’, ‘나는 쾌활하고 밝은 사람이야’ 등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고정되어 있는 실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정되어 있어 경직되어 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인간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고 사는 동물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이에 맞게 적절히 바뀌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만 합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유연성'flexibility라고 합니다. 심리적 유연성은 적응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매우 큰 요소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나의 행동 또한 변화해야 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바로 이런 환경이 변화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는 예전 만큼 웃거나 쾌활한 모습을 보이기 힘듭니다. 스트레스 상황을 그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게 되거나, 이전과는 달리 작은 일에도 왈칵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 쉽습니다. 이를 물잔에 비유하자면,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을 때에는 물잔이 많이 비어 있어서 물을 더 채울 수 있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물이 꽉 차 있어서 한 방울만 더 떨어져도 넘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적응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이런 ‘다른 행동’은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밝은 성격의 사람들이 조용해질때 

쾌활하고 유쾌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자극이 많이 필요한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로 자신의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이를 이루려고 합니다. 평소에는 늘상 하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힘이 들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런 행동 자체가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에 스스로 자극을 줄입니다. 따라서 말수도 줄게되고 예전에 비해 조용하고 침울해집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띕니다. 그래서 ‘변했다’고 얘기 듣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난이나 실망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홍시 맛이 나니 홍시 맛이 난다’고 장금이가 얘기했던 것처럼, ‘예전보다 조용해 보이니 조용해 보인다’고 얘기하는 것일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밝은 사람들이 이를 ‘비난’이나 ‘실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더 밝은 척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물잔이 넘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내성적이고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은 평소에 이를 조절하는 법을 이미 익혀 놓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히려 쾌활하고 밝은 사람들은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조절을 해 본 경험이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달라졌다’,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 모습도 나의 ‘진짜 모습’입니다. 달라진 것 같은 이런 모습은 그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으로서의 진짜 나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적응기제이지요.

해법 1단계, 알아차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현재 내 상태가 좋지 않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린 다음에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대책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이 너무 많아 생긴 문제라면, 업무 조정을 요청하거나 밀린 일을 미루지 말고 일단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일단’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도 중요합니다. 반신욕을 하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혼자 운전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 등 아주 작고 간단한 것도 좋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행동이 물잔의 물을 다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한 두 방울로 넘치지 않을 정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방법을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행동을 시도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감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법 2단계, 알리기

그 다음으로 해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상태를 주변 사람들에게 그저 ‘알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 행동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은 비난이나 실망보다는 ‘걱정’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실망할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부러 밝은 척 하지 않고, ‘요즘 좀 힘드네. 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얘기한 뒤 상대방이 정말로 나에게 실망하고 비난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대부분은 이런 일로 나를 비난하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지 않는 사람이니 관계를 정리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과하게 밝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줍니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과 기대가 실제로도 일어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행동 실험’이라고 합니다. 이런 행동 실험을 해 보는 것도 스트레스와 걱정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밝은 모습, 어두운 모습 모두 '진짜 나'

이전의 밝은 모습도, 지금 좀 조용해지고 어두운 모습도 모두 진정한 나입니다. ‘실제로 나는 어두운 사람이었는데 밝은 척했었나’라고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과 나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 감정이 주는 신호에 귀를 잘 기울여 보십시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행동들, 즉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 시행하기, 행동 실험(억지로 밝은척 하지 않기, 자신의 상태를 담담히 얘기하기) 등 을 해 보십시오.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진짜’ 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mind

안정광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 D.
충북대 심리학과 조교수로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공인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이다.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를 취득하였고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에서 암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하였으며, 고려대 사회불안장애 상담센터, KU 마음건강연구소에서 인지행동치료를 해 왔다. 인지행동치료 효과 비교 연구, 심상을 활용한 치료 기법 연구 및 치료 기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역서로 ‘정서도식치료매뉴얼: 심리치료에서의 정서조절(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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