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자꾸 미루는 나,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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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자꾸 미루는 나, 괜찮은 걸까?
  • 2019.10.14 08:00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중간 고사 공부를 미루고 인터넷 서핑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지연행동가일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눈 앞의 일을 회피하고 미루다가, 마감이 급박해서야 마무리를 한다. 왜 그럴까?

당신은 지연행동가입니까?

  • 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다른 일을 한다.
  • 나는 일의 마감 기한이 될 때까지 일을 시작하지 않고 기다린다.
  • 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않고 미룬다.
  • 나는 어떤 일을 하지 않기 위한 핑계를 찾는다.
  • 나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도 질질 끈다.
  • 일을 시작하지 않는 내가 싫지만, 그렇다고 일을 하지는 않는다.

위의 문장들은 당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만약 당신이 ‘이건 바로 나잖아!’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지연행동가procrastinator이다. 시험 기간이 되면 갑자기 정리되지 않은 책상이 눈에 거슬려서 대청소를 시작한다거나, ‘이제 그만 놀고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거나, ‘다음 번에는 과제를 미리 시작해야지’라고 결심하고 또 다시 마감 기한이 다 되어서야 과제를 시작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당신은 지연행동가이다.

흔한 현상이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많다

다행스럽게도, 이것은 당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의 46%가 과제를 할 때 거의 항상 또는 항상 미룬다고 응답했고Beswick, Rothblum, & Mann, 1988, 한국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도 654명의 대학생 중에 50%의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32.8%의 학생들이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일을 미룬다고 보고하였다윤숙경, 1997. 성인들 중에서도 20%가 만성적으로 일을 미룬다는 연구 결과 역시 존재한다Harriott & Ferrari, 1996. 이 연구들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평범’하고 전형적’인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지연행동가인 셈이고, 그보다 적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성인들 역시 지연행동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연행동procrastination, 즉 할 일을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미루는 행동이 꽤나 흔한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지연행동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들을 경험하게 되고, 따라서 지연행동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스스로의 행동 패턴을 바꾸기 어려울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개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연행동을 많이 하는 대학생들은 낮은 학점을 받게 되거나임성문, 2006; Rothblum, Solomon, & Murakami, 1986, 결국 수강 철회를 하는Beswick, Rothblum, & Mann, 1988 등 학업에서의 부정적인 결과뿐 아니라 스트레스, 후회, 불안, 우울, 자기비난, 죄의식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임성문, 2006.

지연행동과 관련있는 개인적, 심리적 특성

머릿속으로는 ‘당장 일어나서 공부해!’라고 꾸짖으면서도 공부를 시작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러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다면,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연구 결과가 일부 답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개인의 성격 특성이나 심리적 특성 중에 어떤 점이 지연행동과 관련되는지 조사해왔다. 대표적인 발견을 나열해 보자면, 성격 특성 중에서는 성실성이 낮을수록, 자존감 또는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일수록, 불안이 높을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을수록, 통제력을 낮게 지각할수록 지연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errari, 2004; Ferrari et al., 1995.

1)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지연행동을 많이 한다: 부지런한 성격의 사람에 비해 성실하지 않은 성격의 사람이 일을 더 자주 미룰 것이라는 결과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로부터 이 결과를 배웠으니.

2) 자존감 또는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지연행동을 많이 한다: 자존감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전반적인 느낌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자존감이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느낌이라면, 자기효능감은 특정한 과제나 행동에 있어서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즉,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도 달리기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낮을 수 있으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그림 그리는 능력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높을 수 있다. 자존감, 또는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의 능력이나 역량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 앞에 놓인 일이나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견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결국 일을 미루게 된다.

3) 건강하지 못한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은 지연행동을 많이 한다: 완벽주의의 앞에 굳이 ‘건강하지 못한’이라는 표현을 넣은 이유는, 완벽주의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 연구자들은 완벽주의를 부정적인 성격 특성으로 보고,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지연행동을 많이 한다는 예측을 했다. 그러나 연구마다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1990년대에 들어서 연구자들은 완벽주의에도 다양한 차원이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완벽주의를 연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개인의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에 대해서는 덜 두려워하는 특성을 보인다. 반면에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의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부모 등 중요한 타인이 자신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이 원하는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이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고, 더 높은 불안을 느끼며, 지연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4)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통제력 상실에 대한 지각이 강한 사람은 지연행동을 많이 한다: 이 결과는 위의 결과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할 것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사람들 역시 과제를 끝내고 난 후에 실패를 겪게 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스스로에게 통제력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히 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적, 환경적 이유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일을 끝낸 후의 부정적인 결과를 강하게 예상하기 때문에, 그들은 ‘끝’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 일을 미루게 된다.

능동적 지연행동가

이쯤 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생 독자의 절반(성인이라면 20%) 정도는 자기반성과 자기비난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도,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아래에 제시된 문장들이 당신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지 확인할 차례다.

  • 나는 시간적인 압박이 강할수록 집중이 잘 된다.
  • 나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특정 과제는 일부러 뒤로 미뤄둔다.
  • 나는 동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들을 뒤로 미룬다.
  • 일단 일을 시작하면 나는 그것을 잘 끝낸다.
  • 마감일에 맞춰서 일을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위의 문장들이 당신의 행동을 잘 설명한다고 느꼈다면, 당신은 ‘능동적 지연행동가’이다. ‘능동적’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듯이, 이 유형은 지연행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관점을 반영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지연행동을 연구한 연구자들의 대부분은 지연행동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강조하는 고전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이 지연행동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주장을 제기하면서 지연행동을 수동적 유형과 능동적 유형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Chu & Choi, 2005. 수동적 지연행동가는 고전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지연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능동적 지연행동가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조절하려는 의도로 어떤 행동을 중단하고 다른 중요한 과업으로 주의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사람으로서, 시간의 압박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을 즐기고,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목표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해지는 사람이다.

수동적 vs. 능동적 지연행동

두 유형 모두 과제나 일을 미리 시작하지 않고 미루다가 마감 기한이 다가와서야 시작한다는 점에서 ‘지연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수동적 지연행동가들은 결국 과제를 끝마치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는 반면, 능동적 지연행동가들은 꽤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일을 끝마친다는 차이가 있다. 두 유형을 좀 더 비교해보자면, 능동적 지연행동 경향성은 높은 자기효능감, 긍정 정서와 관련이 있었고김지연, 신희천, 2013, 자존감이 높을수록, 타인의 평가에 대해 덜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능동적 지연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희정, 이영호, 2015. 또한 개인기준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능동적 지연행동을 많이 하는 반면, 사회적으로 부과된, 평가염려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수동적 지연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민식, 유태용, 2017.

예술가의 적은 완벽주의란 말이 있다. 조선의 도공처럼 마네도1906년 전시를 앞두고 그의 수련 작품 16개의 부셔버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Claude Monet (1840–1926),  'Nympheas',  c.1897~1898,  oil on canvas,  66  *  104.1 cm,  Los Angeles County Museum.
"예술가의 적은 완벽주의"란 말이 있다. 조선의 도공처럼 마네도1908년 전시를 앞두고 그의 수련 작품 16개를 부셔버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Claude Monet (1840–1926), 'Nympheas', c.1897~1898, oil on canvas, 66 ⅹ 104.1 cm, Los Angeles County Museum.

지연행동과 그 결과 간에는 일종의 순환 관계가 존재하는 듯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성실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지연행동을 많이 하고, 지연행동을 많이 할수록 자기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이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우울을 더 많이 경험했다김광숙, 김정희, 2007. 낮은 자기존중감과 자기효능감, 높은 우울은 또 다시 (수동적) 지연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능동적 지연행동가들도 분명히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지연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시간 압박 하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며, 급박한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더 강한 성취감을 느끼며, 실제로 기간 내에 일을 잘 끝낸다. 따라서 다음 과제의 기한이 다가와도 ‘이번에도 잘 끝낼 수 있어’라고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수동적이던, 능동적이던 지연행동은 지연행동

이제 이 글의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해졌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지연행동을 만성적으로 하고 있고, 지연행동의 결과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모든 지연행동이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시간 압박 하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압박감을 즐기며, 일을 미루다가 급하게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은 지연행동을 하더라도 기한 내에 일을 잘 끝낸다니 말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능동적 지연행동가들이 수동적 지연행동가들에 비해 과제를 잘 수행해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연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만큼 잘 해낸다는 것이지, 그들보다 더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추가적으로, 지연행동 유형에 따른 불안과 우울 수준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는 지연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지연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불안과 우울 수준이 높으며, 두 유형의 지연행동가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김희정, 이영호, 2015. 능동적 지연행동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지연행동의 복잡한 심리적 속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mind

   <참고문헌>

  • 김광숙, 김정희 (2007). 꾸물거림과 성격의 5요인, 자기효능감, 자기존중감 및 우울의 관계. 한국 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9(4), 933-947.
  • 김지연, 신희천. (2013). 능동 지연행동 척도 타당화 연구. 상담학연구, 14(3), 1503-1516.
  • 김희정, 이영호. (2015). 능동-수동 지연행동 유형에 따른 심리적 특성 연구. 청소년학연구, 22(2), 71-93.
  • 윤숙경. (1997). 완벽성향과 자기개념에 따른 대학생의 지연특성의 차이.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 임성문. (2006). 대학생의 만성적 지연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초기 부적응도식. 한국청소년연구, 17(2), 185-211.
  • 최민식, 유태용. (2017). 완벽주의가 능동-수동 지연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목표지향성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30(2), 195-219.
  • Beswick, G., Rothblum, E. D., & Mann, L. (1988). Psychological antecedents of student procrastination. Australian Psychologist, 23(2), 20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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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rrari, J. R. (2004). Trait Procrastination in Academic Settings: An Overview of Students Who Engage in Task Delays. In H. C. Schouwenburg, C. H. Lay, T. A. Pychyl, & J. R. Ferrari (Eds.), Counseling the procrastinator in academic settings (pp. 19-27). Washington, DC, U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Ferrari, J. R., Johnson, J. L., & McCown, W. G. (1995). The Plenum series in social/clinical psychology. Procrastination and task avoidance: Theory, research, and treatment. New York, NY, US: Plenum Press.
  • Harriott, J., & Ferrari, J. R. (1996). Prevalence of Procrastination among Samples of Adults. Psychological Reports, 78(2), 611–616.
  • Rothblum, E. D., Solomon, L. J., & Murakami, J. (1986). Affective, cognitive, and behavioral differences between high and low procrastinators.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33(4), 387-394.
권영미 성균관대 심리학과 초빙교수 사회심리 Ph.D
따뜻한 시각과 냉철한 사고를 갖춘 심리학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성균관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Washington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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