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왜 왼쪽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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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왜 왼쪽만 보세요?
  • 2019.12.02 08:25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에서 예수의 고개가 항상 왼쪽으로 돌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가? 왜 그럴까? 뇌 과학은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십자가의 예수는 항상 왼쪽으로 보고있다. 

프랑스 근대사를 전공하는 동료교수와 10년 넘는 내기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학교에는 인문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의 공부 모임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돌아가며 발표를 했다. 그 때 내가 발표를 한 내용이 내기의 발단이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성화를 보면 예외없이 고개를 숙인 예수의 얼굴이 보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을 향하고 있다. 몇 몇 신학 전공 교수에게 확인해 본 바로는 이 방향에 특별한 신학적 의미는 없었다. 그날 발표에서 나는 이런 양식적 특징이 좌뇌와 우뇌의 정서처리 비대칭성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슬프면 우뇌, 그래서 왼쪽

모두가 알다시피 전두 부위의 좌, 우뇌 간 상대적 활성화는 특정한 정서상태와 연결되어 있다. 각성수준이 높으면서 좌뇌가 활성화되면 행복한 정서상태이고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근심스러운 상태다. 반대로 각성상태가 낮으면서 좌뇌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평온한 상태이고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우울한 상태다. 이런 정서상태는 우리의 시각적 주의와 운동성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미술창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정서상태가 그림의 그릴 때 사물 위치의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슬픈 사람은 그림을 그릴 때 정서적으로 도드라진 대상(예: 울거나 웃는 사람. 성난 개, 고향집 등)을 화면의 좌측에 배치하고 행복한 사람은 오른 쪽에 배치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실재로 아이들이 기분 좋았던 사건과 슬펐던 사건을 떠올리며 자유롭게 상상한 것을 그리도록 하면 슬픈 정서를 떠올린 상태에서 그린 그림에서는 인물이 좌측에 배치되고 즐거운 그림에서는 우측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좌측은 개에게 물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것이고 우측은 무지개 위에 서있을 정도로 행복한 기억을 그린 것.
좌측은 개에게 물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것이고 우측은 무지개 위에 서있을 정도로 행복한 기억을 그린 것.

십자가의 예수를 생각하면 슬프다

이런 주장을 따라 성화 제작 과정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먼저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로부터 교회에 걸릴 성화작가로 선택된 이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는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성스러운 작업을 수행하도록 선택된 그 영광스러움에 기쁨과 더불어 깊은 책임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 시절에는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가 아니었다. 세상의 유일한 섭리로 여겨지고 있던 때이니 그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거룩한 예수를 재현해 내겠다고 다짐하며 스케치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의 마음은 기독교적 사명감으로 가득 차 예수가 겪었던 그 끔직한 형벌을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상상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우뇌는 예수그리스도의 고통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예수가 우측으로 고개를 숙인 모습을 스케치 하면 그 고개의 방향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시 고개를 좌측으로 숙인 자세로 그리면 아무래도 더 나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우측뇌가 활성화된 덕분에 시선이 자꾸 좌측으로 향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결국 그는 좌측으로 고개를 숙인 예수를 그리게 된다. 이런 일이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을 것이고 시간이 가며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것이 그날의 내 발표의 핵심이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라만티노, 고개를 떨군 그리스도,
1465년.
마티아스 그뤼네발트, 그리스도의 책형, 1515년 경
미켈레 다 베로나, 십자가, 1470년 경
고갱의 걸작으로 알려진 황색예수의 머리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Paul Gauguin  (1848–1903), 'The Yellow Christ', 1889, oil on canvas, 92.1 * 73 cm, Albright–Knox Art Gallery.
고갱의 걸작으로 알려진 황색예수의 머리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Paul Gauguin (1848–1903), 'The Yellow Christ', 1889, oil on canvas, 92.1 * 73 cm, Albright–Knox Art Gallery, New York.

찾아보자, 오른쪽을 보고 있는 예수!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럽 성당을 돌며 성화를 촬영하는 취미를 갖고 있던 프랑스 근대사 전공 교수가 의문을 달았다. 우측을 향하고 있는 예수화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구실로 내려가 자료를 뒤지더니 ‘못 찾겠네!’ 하며 되돌아 왔다. 그 때부터 그 교수와의 내기기 시작되었다. 이 일을 잊고 지내던 내게 어느 날 파리에서 이 메일이 왔다. 그곳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던 그 교수가 우측으로 고개를 향한 예수상을 찾았다며 내게 보내온 것이다. 호기심에 파일을 열어 보니 “급 실망”

Francisco de Goya, 'Christ', 1780, Oil on canvas, 255 cm × 154 cm, Museo del Prado, Madrid.
Francisco de Goya (1746~1828), 'Christ', 1780, Oil on canvas, 255 cm × 154 cm, Museo del Prado, Madrid.

뇌과학이 말한다, "아마 없을껄?"

보내온 그림 속 예수는 분명 우측을 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고개를 숙인 모습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분과 대화를 하는 듯 고개를 든 자세였다. 이건 고개를 숙인 성화와 분명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이다. 세상 죄를 다 짊어진 자의 고통과 절망의 모습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구원과 희망을 구하려는 모습이다. 위 그림은 고야가 그린 예수상인데 대개 이런 자세의 그림이다. 이런 일이 두 세 차례 반복된 후 그 교수와의 내기는 흐지부지 된 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교수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속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미술마저 뇌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최근의 여러 시도들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뇌과학이나 심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인간과 문화의 몫이 분명이 점점 켜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mind

지상현 한성대 융복합디자인학부 교수 지각심리 Ph.D.
홍익대 미술대학과 연세대 대학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회화양식style이 결정하는 감성적 효과에 관한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다. 현재는 한중일의 문화를 교차비교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삼국 미술양식의 차이를 규명하고 이 차이를 결정하는 감성적 기질의 차이를 추정하는 일이다. 관련 저서로는 <한국인의 마음>(사회평론)과 <한중일의 미의식>(아트북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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