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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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좋은 진짜 이유
  • 2019.12.05 11:00
사람마다 기억력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기억력에 있어 개인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의 비밀은 무엇일까.

기억력의 개인차

기억력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 감퇴를 흔히 불평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이와 같은 인지능력의 감퇴를 상쇄시킬 다양한 문명의 이기와 심리사회적 책략 등을 사용해 일상생활에서 초래될 수 있는 소소한 불편을 해소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중차대한 병리학적 문제가 동반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능력치의 점진적 변화에 대해 대개는 무감각하고 자연스럽게 대처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무덤덤함과는 달리, 기억력의 개인차를 보편적 수준에서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시사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대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즉 기억되는 정보의 양이 궁극적으로 기억력을 좌우한다는 양적 차이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억력의 개인차를 적어도 실험실에서 살펴보면 사람들의 주관적인 믿음과는 달리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발견된다.

기억력은 여러 수준에서 측정될 수 있으나 일과 중 주어지는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시각vision 연구 분야에서는 시각단기기억visual short-term memory 능력의 개인차에 대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는데 그 결과와 해석이 아주 흥미롭다. 시각 단기기억은 흔히 시각작업기억visual working memory이라고도 지칭되며 시야에 잠시 출현했다 사라진 몇 개 자극의 감각적 특성을 약 1~5초 정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꿈속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는 꿈속의 환영을 이렇게 붙잡아 두었다. Salvador Dalí (1904~1989), 'Persistence of Memory', 1931, Oil on canvas, 24 × 33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ity.
꿈속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는 꿈속의 환영을 이렇게 붙잡아 두었다. Salvador Dalí (1904~1989), 'Persistence of Memory', 1931, Oil on canvas, 24 × 33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ity.

어떻게, 왜 다를까?

2000년대 초반 Oregon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시각단기기억 능력에 개인차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 개인차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실험을 시도했다. 실험에서 사용된 과제는 매우 간단했는데 컴퓨터 화면에 여러 개의 색상 도형들을 잠시 노출시켰다 제거한 뒤 약 1초 뒤에 해당 위치에 출현한 또 다른 검사 도형들의 색상과 비교해 색상 차이가 있는 한 항목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선행했던 도형의 색상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 검사 도형과의 비교를 통해 색상 차이 유무를 보고하는 것은 매우 정확할 것이 예상된다.

본 실험에 앞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앞서 과제를 실시해 다양한 기억항목의 개수를 사용해 시각단기기억 고용량 개인high-capacity individuals과 저용량 개인low-capacity individuals을 구분했다. 주목할 것은 개인차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별도로 구성된 실험 조건에서 두 집단의 기억처리 특성이었다. 구체적으로, 한 조건에서는 먼저 두 개 자극을 보여주고 뒤이어 두 개 항목을 추가로 보여주되 이 두 개 항목을 선행한 두 개 항목에 덧붙여 기억할 것append을 요구했다(2+2=4 조건). 또 다른 한 조건에서는 후행한 두 개 자극에 대해 기억 검사가 수반되지 않으니 오히려 기억에 저장하지 말고 제거 또는 무시할 것exclude을 요구했다(2+2=2 조건).

연구자들의 관심은 과제에서 요구한 바대로 참가자가 후행한 두 개 항목을 덧붙이거나 제거해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뇌파측정을 통해 해당 과제와 관련된 기억처리의 심층 과정을 관찰한 결과, 놀랍게도 고용량개인은 정확히 이러한 과제 요구에 정확히 따랐던 반면 저용량개인은 후행한 두 개 항목에 대해 과제에서 요구한 덧붙임 혹은 제거 요구와 관계없이 무차별 저장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억용량보다 중요한 것

2~4개 정도의 비교적 손쉬운 기억 자극들에 대한 기억처리 과정에서 두 집단이 이러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시각단기기억의 개인차가 기억저장소의 절대적 용량 차이보다는 저장 처리 과정의 여과효율성filtering efficiency 차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즉 단기기억의 보편적 능력 차이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의 유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항하는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가 기억력의 개인차에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즉 개인의 기억력 차이는 기억저장 용량의 절대적인 양적 수준보다는 유입되는 정보 중 기억에 지속적으로 저장해야 마땅할 정보를 온전히 저장하고 저장 과정에서 추가로 유입되는 불필요한 정보로부터의 기억 오염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나아가 그 동안 단순한 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던 과거 기억 연구의 초점을 기억 정보에 대한 처리process 능력 차원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장, 단기기억 연구들이 이러한 연구 결과를 예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망각에 대한 간섭이론interference theory 등은 망각의 근본적 원인이 기억 정보의 유실loss 보다는 기억 정보의 저장, 유지 및 인출 단계에서의 다양한 간섭에 의해 초래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바꿔 말하면 적어도 기억정보의 왜곡이나 뒤바뀜 등을 초래할 유사 정보로부터의 간섭을 제거할 수 있다면 기억력의 개인차 또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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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기억력의 상대적 차이로 인해 고민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 연구를 통해 주변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아마도 자신의 기억력 저하는 많은 정보를 저장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저장이 필요한 정보와 망각해도 무방한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무심코 함께 기억하는 습관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생활 주변의 다양한 정보들을 가능한 단순하게 정리하고 매 시점 주어진 과제와 작업의 진행에 있어서 간섭을 초래할 수 있는 불필요한 정보들을 근처에 두지 않는 습관이 중요할 수 있다. 사람들이 뭘 잘 해보려면 주변부터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기억능력의 개인차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mind

   <참고문헌>

  • Vogel, E. K., McCollough, A. W., & Machizawa, M. G. (2005). Neural measures reveal individual differences in controlling access to working memory. Nature, 438, 500-503.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 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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