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과 나르시시즘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내 괴롭힘과 나르시시즘
  • 2020.02.08 08:00
이제 '갑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갑의 지위에 섰을 때에도 갑질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직장 내 괴롭힘에 숨어 있는 심리적 특성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이슈 중의 하나로 '직장 내 갑질이나 괴롭힘' 현상을 들 수 있다. '갑질'이란 갑을 관계에서의 '갑'에다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 '질'을 붙여 만든 합성어로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가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용부에서 밝힌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근로자에게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약 70%가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년 2월 22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하였다. 이 매뉴얼은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예방 활동을 하거나 해결 절차를 마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그리고 취업규칙 작성 시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을 담았다.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루는 관련 법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의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형법, 남녀고용펑등법, 민법 등에서도 이를 규율하는 관련 규정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마련하여 2019년 7월 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은 크게 법적 규제, 경제적 규제, 윤리적 규제로 구분할 수 있다. 법적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적, 민사적, 행정적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규제는 가장 강력한 행위 구속력을 지닌다. 또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경제적 규제 역시 중간 정도의 행위 구속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경제적 차원에서의 해결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법적 및 경제적 규제는 타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신의 '양심'에 입각해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자제하도록 하는 윤리적 규제는 행위 구속력은 가장 약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규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르시시즘, 갑질을 낳다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성찰하고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퍼스낼리티나 인격수준에 대한 각별한 통찰이 필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간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원할한 소통과 인간관계가 요청된다. 필자는 조직 내 괴롭힘의 일차적 발생 원인을 자신의 높은 지위와 우월성을 과시하면서 구성원들의 관점이나 복지 를 무시하고 철저한 복종을 요구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에서 찾고자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나르시시즘은 자아도취나 과대망상, 오만 등에서 비롯되는 몰기능적인 심리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Salvador Dalí, 1904–1989. ‘Métamorphose de Narcisse, 1937, Oil on canvas, 51.2 cm × 78.1 cm. Tate Modern. ©Salvador Dalí.
자기애에 빠진 나르키소스는 결국 죽게 되고 물가의 수선화를 변신하게 된다.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작품. Salvador Dalí, 1904–1989. ‘Metamorphosis of Narcissus, 1937, Oil on canvas, 51.2 × 78.1 cm. Tate Modern. ©Salvador Dalí.

'제2의 집'으로도 불리는 직장이나 일터는 조직 구성원의 정신건강과 웰빙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우선시하는 최근의 사회문화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직장 내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정신건강과 웰빙을 증진하는 직장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높은 지위에 있는 리더들이 자신의 퍼스낼리티나 인격 수준을 심도있게 성찰함으로써, 자아도취적이고 자기망상적이고 파괴적이고 비윤리적인 나르시시스트가 되기보다는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봉사하고, 정의로우며, 정직하고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윤리적 리더'가 되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자신의 퍼스낼리티나 인격 수준을 심리학적 혹은 윤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자신의 행위를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스킬과 도덕적 나침반moral compass을 확립하는 한편, 법적이고 제도적인 타율적 규제 방식과의 유기적으로 상호 조화를 이루고자 할 때, 우리의 사회문화를 좀먹는 '직장 내 괴롭힘' 현상을 극복하는데 더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해나 설에 누구나 되뇌이듯, '복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복을 주려는' 훈훈하고 따뜻한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나르시시스트'가 아닌 '윤리적 리더'의 모습을 갖추어 가려는 통찰과 실천적 노력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min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