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알아가기 2_ 증상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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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알아가기 2_ 증상의 친구
  • 2020.03.01 19:00
성인 ADHD라고 하면 아직도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성인 ADHD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오늘은 진단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ADHD 증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전 이야기 

앞선 글에서 (성인) ADHD는 ‘죽을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부주의와 충동성, 과잉행동이 두드러진다면 당연히 많은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ADHD들이 겪는 문제는 진단기준에 열거되어 있는 증상이 끝이 아닙니다. ADHD는 뇌신경학적으로는 전전두엽 기능의 문제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Arnsten, 2009, 전전두엽은 계획, 실행, 욕구 통제,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의 구조이지요. 그렇다 보니, 꼭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영역이 아니라도, 성인 ADHD인은 삶의 많은 영역이 증상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단기준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흔히 많은 ADHD인들이 공유하는 문제들을 다룰 텐데요, 우선 성인 ADHD의 진단기준이나 특징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은 NAVER 지식백과의 ADHD의 진단먼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인체 해부그림이다. 그는 인체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30개가 넘는 사체를 해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팔방미인이었지만 제대로 시간에 맞춰 끝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그가 ADHD 증상을 앓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심있는 분은 다음 사이트 참조하길. https://academic.oup.com/brain/article/142/6/1842/5492606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인체 해부그림이다. 그는 인체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30개가 넘는 사체를 해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팔방미인이었지만 제대로 시간에 맞춰 끝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작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그가 ADHD 증상을 앓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심있는 분은 다음 사이트 참조하길. https://academic.oup.com/brain/article/142/6/1842/5492606

정서조절과 관련된 문제

현재 ADHD의 진단 기준에는 정서조절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ADHD 연구의 선구자인 폴 웬더Paul Wender와 같은 사람들은 ADHD에 있어 정서조절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증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ADHD인이 정서조절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겠지요.

ADHD에서 정서조절의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매우 다양한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욱하는 성미가 있다든지, 평소에는 얌전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분노를 표출한다든지,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든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던 사람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서가 지나치게 자주 변하고 불안정하다든지.

이러한 포괄적 정서조절 문제는 당연히 대인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쉽게 욱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대인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또 안 그래도 연약한 ADHD인의 집중 능력에, 불안정한 정서가 영향을 미쳐, 더욱 집중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내일이 시험인데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었을 때, 정서조절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선은 해야 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혹은 친구와 차분히 대화를 나누거나). 반면 정서조절이 어려운 ADHD인이라면, 그 상황이 지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화난 상태로 있으면서, 그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 회복도, 공부도 하지 못할 수 있겠죠. 

아래 유튜브 클립은 미국의 성인 ADHD 환자이자, 성인 ADHD에 대한 유튜브 클립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는 제시카의 How to ADHD 채널입니다. 이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이 있고, 조절에 도움이 되는 팁을 얻고 싶으신 분은 이 채널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다행히 한글 자막이 있습니다.  

친밀한 대인관계의 문제

씁쓸한 뉴스. 성인 ADHD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타인으로부터 미숙하거나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Mrug et al., 2009. 로맨틱한 관계의 경우, ADHD가 있는 사람들은 ADHD가 없는 사람들보다 로맨틱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예: Weiss & Hechtman, 1993, 형성된 관계도 오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만약 결혼한 경우 결혼생활 만족도가 낮습니다Eakin et al., 2004; Robin & Payson, 2002.

이것은 ADHD의 핵심 증상들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다든가, 약속을 잘 어긴다든가, 시간 약속에 늦는다든가, 공동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리 정돈을 잘 못한다든가… 정서조절의 문제로 인해 좌절을 잘 인내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든가. 이런 경향이 있다면, 타인에게 호감을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지요. 친구 관계이든, 연인 관계이든 간에요.

이런 부분들은 약물치료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는 부분들인데, 그렇기에 관리에 조금 더 특별하고 섬세한 종류의 노력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대인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은 3부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수면의 문제

성인 ADHD 환자는 수면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약 70%)Díaz-Román, Mitchell, & Cortese, 2018, 그중에서도 수면 지연(한마디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이 가장 흔하게 관찰됩니다. ADHD 인의 경우, 수면시간을 설정해 주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호르몬) 분비가 비 ADHD인 보다 늦게 일어나는데, 이런 사유로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잠드는 시간이 매일 늦어지게 되거나, 잠들기 어려운 문제가 지속되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성인 ADHD가 빠지기 쉬운 함정인 스마트폰 과사용(!)까지 동반되면, 적절한 시간에 잠들고 깨는 일이 조용한 전쟁이 되기 십상입니다.

늦게 잠들어서 얻게 되는 불이익이 다음날 조금 졸리고 마는 것에서 끝나면 좋을 테지만, 장기적으로 불규칙한 수면 시간은 기상 시간이나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 경우 기분장애와 같은 다른 문제들이 나타나기 쉽고,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지지요.

더 다양한 ADHD 증상의 친구들

읽는 이들이 지겨워하거나 불안해할까 봐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정도만 다루었습니다만, 사실 성인 ADHD ‘증상의 친구들’ 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운전 문제, 체계적 금전 및 건강관리의 문제, 기분장애와의 높은 동시발생률, 각종 중독에 취약한 문제 등등.

단지 주의력이(집행기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억울할 때 하더라도 이미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혹은 이 문제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일 듯합니다.

다음 편 예고: 증상을 극복하는 방법

이어질 글에서는, (덜 좋아하는 표현으로) 증상을 극복하거나 (더 좋아하는 표현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어쩌면 완전한 증상 해결이란 없을 수도 있고, 남에게 잘 맞는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mind

    <참고문헌>

  • Arnsten, A. F. (2009). The emerging neurobiology of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the key role of the prefrontal association cortex. The Journal of pediatrics, 154(5), I-S43.
  • Díaz-Román, A., Mitchell, R., & Cortese, S. (2018). Sleep in adults with ADHD: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subjective and objective studie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89, 61-71.
  • Eakin, L., Minde, K., Hechtman, L., Ochs, E., Krane, E., Bouffard, R., . . . & Looper, K. (2004). The marital and family functioning of adults with ADHD and their spouses. 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8(1), 1-10.
  • Mrug, S., Hoza, B., Gerdes, A. C., Hinshaw, S., Arnold, L. E., Hechtman, L., & Pelham, W. E. (2009). Discriminating between children with ADHD and classmates using peer variables. 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12(4), 372-380.
  • Robin, A. L., & Payson, E. (2002). The impact of ADHD on marriage. The ADHD Report, 10(3), 9-14.
  • Weiss, G., & Hechtman, L. T. (1993). Hyperactive children grown up: ADHD in children, adolescents, and adults. New York: Guilford Press.
임민경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기관 임상심리전문가
독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언제나 누군가의 애독자이자 무언가의 애호가이며, 트위터 그만두어야 한다고 매일 말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트위터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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