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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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사람이에요
  • 2020.09.18 11:24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고 합니다. 상대의 모든 모습이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죠. 관계의 유지를 위해 콩깍지는 꼭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콩깍지’가 건강한 콩깍지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 사람이 왜 좋은데?” 글쎄요, 딱 잘라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 사람의 외모도, 말투도, 성격도, 행동도, 모든 것이 좋게만 보입니다. 한참 고민하다 주저하며 말합니다. “그냥, 다 좋아.” 그러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네.”

낭만적 관계에 꼭 필요한 콩깍지

콩깍지,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이상적인ideal 파트너와 가깝다고 지각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이상화idealization라고 말합니다. 연인 사이에 콩깍지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부관계전문가 박성덕 정신과 전문의는 페닐에틸아민PEA,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중에서도 PEA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황홀감을 경험하게 하고, 지금 느끼는 즐거운 감정과 ‘절정’의 상태를 지속하고자 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사회심리학자인 스탠턴 필은 콩깍지를 마약중독 상태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중독’ 상태는 자신과 맞는 파트너를 찾고, 낭만적 관계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콩깍지는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약에 내성이 생기듯 신경전달물질에도 내성이 생겨 PEA의 작용이 감소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이 기간을 최장 3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라는 말은 여기서 나오게 된 것이죠.

그러나 3년이 지나 PEA의 작용이 끝났다고 해서 연애, 혹은 결혼관계를 정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파트너를 실제보다 좋은, 예쁜,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신경전달물질로 인해 저절로 생기던 생각을 의식적으로 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우리의 연인은 여전히 ‘완벽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사랑을 유지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화는 연인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상화가 낭만적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연구자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La Promenade', 1870, oil on canvas, 81.3 × 64.8 cm, Getty Center .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La Promenade', 1870, oil on canvas, 81.3 × 64.8 cm, Getty Center .

파트너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야 

일부 연구들은 이상화가 사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연구자들은 이상화에 대한 과거의 연구들이 방법론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상화(자신보다 파트너를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것)와 평가절하(자신보다 파트너를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것)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Wu 박사는 관계에서의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역할을 조사하기 위해 두 가지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Wu et al. 2020. 참가자들에게 자신과 파트너를 특성 유형별로 평가하도록 한 후 관계에 대해 평가하게 하여 분석한 결과 지성, 활기, 지위 등의 특성에 대해 파트너를 이상화하는 것은 관계의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외적으로 파트너의 집단성과 매력을 이상화하는 것은 관계의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반대로, 어떤 특성에 대해서든지 파트너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신기한 점은, 자신이 파트너에 의해 이상화 혹은 평가절하의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즉,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낭만적 관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파트너를 이상화하는 것보다는 평가절하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한 종단 연구에서는 193쌍의 신혼부부의 결혼만족도를 3년 간 추적하여 파트너에 대한 이상화가 이후의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Murray et al., 2011. 자기 자신과 파트너,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파트너에 대해 평가하도록 한 후 그 값을 분석한 결과 파트너를 이상화하는 것이 결혼 초기 흔히 나타나는 관계 만족도의 급감으로부터 신혼부부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완충 작용의 비밀로 신혼부부들이 그들의 파트너를 이상화하는 방식을 꼽았습니다. 파트너 이상화가 가지는 보호 효과는 배우자의 부정적인 자질은 보지 않은 채 단순히 파트너를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파트너의 부정적인 면마저 자신의 ‘이상적인 파트너상’ 안에 포함하는 과정을 통해 생겨납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입니다. “내 파트너는 완벽해”라고 말하는 대신, 보호적인 이상화는 “내 파트너는 완벽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완벽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다시 말해,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화는 장기적인 관계에 보호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저에게는 완벽한 사람이예요."

이상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좋게 보일까요. 사랑하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면, 우리의 관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보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그 사람은 완벽하지 않지만, 저에게는 완벽한 사람이에요." mind

  <참고문헌>

  • Rodolfo Mendoza-Denton, Perfect for me: How to idealize your partner for relationship health (2012), Psychology Today
  • Karen Wu, Idealization is unnecessary in romantic relationships (2020), Psychology Today
  • 박성덕, “사랑의 콩깍지 유효기간은 3년, 진정한 ‘제 2의 콩깍지’를 만들라” (2014), 조선일보

     

유승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전공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정태연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서로 '남'이었던 사람들이 관계를 맺기 시작해 결국 '우리'가 되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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