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에 관심있는 고딩들에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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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에 관심있는 고딩들에게(2)
  • 2020.10.13 12:00
고심 끝에 심리학과 진학을 결심한 고딩이 있다면 축하한다. 더 이상 망설이거나 서성일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심리학과 입시를 준비하는 고딩들에게 심리학과 교수로서 몇 마디 또 전한다.

심리학 공부하지 마세요. 지금은

심리학 공부는 언제든 해도 좋다. 하지만 본격 심리학 공부는 입학 후에 하면 된다. 서둘러 심리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공부가 시급한 것인지는.

특히 심리학 관련 책을 통해 심리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이 읽었다고 하는 책 중에 심리학 관련 책이 아닌데 싶은 것도 있다 (물론 ‘관련’이라는 것의 범위를 확대해 보면 심리학 관련 책이 아닌 것도 없다).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심리학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심리학은 인기가 높다. 그 코너에는 ‘심리’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뽑혔을 전공서적에서부터 자기계발서와 처세술, 운세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혼란을 준다. 그러니 섣부르게 '심리학과 관련 있어 보이는' 책을 굳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심리학 코너는 둘러 보되, 읽고 싶은 책을 다른 분야에서도 편안히 골라도 된다. 그리고 동기부여에 불을 붙이는 자기계발서는 약간만, 그 외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소설을 보면 좋겠다. 재미 플러스 몰입의 즐거움은 덤이다. 그것이 훗날 적용할 심리학 이론의 풍부한 사례로 소환될 지의 여부는 복불복! 

일반인들은 심리학하면  이 까칠해 보이는 지그문드 프로이드를 떠올리게  되지만, 현대심리학에서는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 그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심리학하면 이 까칠해 보이는 지그문드 프로이드를 떠올리게 되지만, 현대심리학에서는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 그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롤 모델은 있는 것이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인생의 롤 모델이 없는 사람이 많다. 꿈 따위 갖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고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지만 일단 롤 모델은 하나 만들어 보자. 뭐 결혼 상대를 정하는 것도 아니니 심각할 것 없고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그냥 닮고 싶은 사람을 정하자. 내 주변 인물도 좋고 위인도 좋고 셀럽도 좋다.

물론 닮고 싶은 이유는 좋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테니까. 그 롤 모델은 막연했던 나의 삶을 구체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며 또 누군가 롤 모델이 있냐고 물어볼 때도 머뭇거리지 않고 답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하는 것 있나요?

꿈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외부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 받고 또 그에 맞춰 가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그렇지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먹는 것을 제외하고 자다가도 벌떡 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내가 몰두하고 열정을 쏟을 대상과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관련된 것이리라.

하고 싶은 것 Vs. 할 수 있는 것

나는 어려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는데 정작 잘하는 것은 그나마 글쓰기였다. 그런데 글쓰기는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어서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림 그리기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산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것을 괴테는 다음과 같이 가슴 아프지만 멋지게 표현했다.

‘인생은 두 가지로 성립된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둘 중 한 쪽만 고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고, 할 수 있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과 현실에 눈을 돌려 보자.

때로 관찰의 묘미를 느껴 보는 것도

관찰 대상은 자유다. 나의 내면보다는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 더 흥미롭다. 가령, 홈런을 친 타자 말고 홈런 맞은 투수의 뒷모습에, 열창하는 가수 말고 그 뒤의 안무팀에, 긴 행렬 속 어른 말고 어린 아이의 시선에, 꽃다발 속 장미 꽃잎 말고 이파리에, 책 속 글자 말고 여백에 시선을 주어 보자.

이것은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전경/배경 또는 주연/조연을 바꿔 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정말 새로운 것이 보이며 새로운 것이 느껴진다. 관찰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와 같은 관찰은 심리학의 주요 목표이자 방법인 현상을 기술description하는 기초능력의 연습이 될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키워드를 머리 속에

대학입학 전형의 종류는 다양하다. 100% 수능 점수만으로 이루어진 전형이 아니어서 자신에 대해 어떠한 식으로든 소개해야 한다면 자신의 짧은 생을 한 번 정리해서 표현해 볼 필요가 있겠다. 수험생들의 경우, 면접에서 달달 외운 내용을 말하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막히는 바람에 자신이 준비한 것을 말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뭔가를 달달 외우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평소 머리 속에 넣어둘 필요가 있겠다. 두 서너 가지 키워드로 자신을 생각해서 소위 그림을 그려 두면 필요할 때 말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당락은 내 선택이 아닐 걸요….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의외로 세상에는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 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대학 진학이 그렇다. 지원한 여러 개의 대학에 모두 합격하여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우리는 선택을 당한다. 대입 원서 접수 결과를 볼 때면 경쟁률 수치가 당락을 상당부분 결정하겠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어디에 지원하느냐는 나의 선택이지만 그것이 끝난 후에는 정해진 절차가 이루어지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다. 제발 그때까지는 신경을 끄고 내 할 일을 하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코로나19는 방역당국에서, 수능 일정은 교육부에서, 입시 전형은 대학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입시를 앞 둔 ‘나’는 그냥 나의 계획대로  공부 하고  외부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인드 & 바디 컨트롤 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나도 묘수를 제시할 수는 없고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충실하자고 할 밖에.

이 말 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입시를 앞 둔 이들을 위해 수험생 합격기원을 들어주는 것에 영험하다는 돌로 된 불상이 있는 팔공산 갓바위* 방향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하겠다. 팔공산 갓바위는 우리 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mind

*  팔공산 갓바위에는 공을 들이면 소원을 이뤄 준다는 돌로 된 불상이 있는데 특히 시험에 효험이 있단다.  1,365개 돌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서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시는 갓바위 약사여래불…’이라는  워딩의 플랜카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수많은 부모들이 정성으로 그곳에 올라 하늘이 내려준 단 한 번의 당첨 기회를 기꺼이 자녀를 위해 써 왔을 것이다. 분명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룰을 알 수 없어서 트라이가 계속된다는 ‘간헐적 강화'(Intermitent reinforcement의 학습 원리에 맞게 갓바위의 명성과 신비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입시 부담으로 무거워진 마음은 갓바위 불상의 너른 어깨 위에 올려 놓자. 자비로운 그분은 분명 이해하실 것이다.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 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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