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5
상태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진짜 이유_5
  • 2020.12.31 19:00
우리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단세포 생물들 그리고 동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하거나,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전략을 소통한다. 심지어 침묵하는 행위나 잠을 자는 행동까지도 모두 상대방에게 자신의 상태나 의사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단 한 순간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의사소통은 우리의 삶에 가장 필수적인 과정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까? 한 마디로 우리는 혼자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이 필요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해주는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러한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협력이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이때 우리는 각자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소통해서 공유해야, 서로가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이처럼 의사소통의 핵심은 서로가 원하고 요구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영어의 communication 역시 공유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munis’에서 온 말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와 지식, 정보, 의견, 의도, 감정, 느낌 등을 공유하는 행동을 의미한다차배근, 1987.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어느 한 쪽만의 이득이나 필요를 위한 상호작용은 의사소통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쪽에 대한 속임이거나 착취이다. 왜냐하면 그 쪽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이용하고 속이는 상대방과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잘 하려면 상대방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을 우선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결국은 어느 쪽도 자신의 욕구나 필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불완전한 만큼 자신의 욕구나 필요의 충족은 상대방에게 달려 있는 데, 두 사람 모두가 자기를 우선시하면 결국은 아무도 자신의 욕구나 필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통에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우선시할 필요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보통은 나를 위한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남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러한 점을 모르거나 실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지닌 식물과 동물 등 모든 유기체는 불완전한 존재들이고, 그 불안전한 만큼 다른 존재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변의 진리이다. 35억 년 전에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세포가 이 지구상에 등장해서 지금까지 진화하며 생존해 왔다Mancuse & Viola, 2016. 이 불완전한 세포 역시 광합성을 위해 빛을 필요로 한다.

코펜하게 대학의 미생물연구팀은 박테리아가 혼자서 움직일때보다 협력할 때 300%나 많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협력적인 박테라아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코펜하게 대학의 미생물연구팀은 박테리아가 혼자서 움직일때보다 협력할 때 300%나 많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협력적인 박테라아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https://www.science.ku.dk/english/press/news/2019/friendly-bacteria-collaborate-to-survive/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하는 의사소통은 어떤 모습일까? 단세포인 점균류는 토양에서 자라는 아메바로, 스트레스나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천 개 이상이 모여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 덩어리는 새로운 곳을 찾아 움직이다가 음식을 찾지 못하면 자실체 즉, 살아있는 포자를 만들어 죽은 아메바로 이루어진 줄기에 붙어 있다. 움직이는 덩어리의 중앙이나 뒤에 있는 세포가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덩어리 앞에 있는 세포들에게 죽어서 줄기를 만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그들의 30%가 죽어서 줄기를 만든다Zahavi, 2008.

단세포 박테리아는 집단 이주, 항생물질에 대한내성, 독성 발휘와 같은 활동을 위해 집단을 형성한다Williams et al., 2007. 우리의 치아를 썩게 만드는 플라크는 일정한 수가 모여야 활동을 시작한다. 오징어 내부의 발광박테리아 비브리오 피셔리도 수백만 마리가 모여 하나의 기관을 이룬다. 그러면 박테리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들은 정족수 감지 시스템quorum sensing system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고 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Diggle et al., 2007, Williams et al., 2007. 이 시스템을 통해 하나의 세포는 주변에서 신호를 보내는 분자들을 축적해서 박테리아 수를 감지한 다음, 그 수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하나가 되어 조화로운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동물들 사이에서도 공존을 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들 간 소통을 위해 시각적, 청각적 신호를 보내는 개체는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포식자로부터 자기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망을 보거나 큰소리로 위험을 알리는 개체는 포식자의 눈에 띄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신호를 보내는 개체는 그러한 분비 때문에 생기는 손상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새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분비하는 카로티노이드의 양이 많으면 그 새에게 해를 미친다Haila, 1999.

그러면 어떤 개체가 이와 같은 위험과 손상을 감수하는가? 집단적으로 영토 생활을 하는 조류 아라비아 코리치레는 지위가 높은 개체가 낮은 개체보다 집단의 안녕을 위해서 더 많은 투자를 한다. 그래서 떼를 지어 포식자를 공격하는 중에 지위가 낮은 개체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지위가 높은 개체가 그들을 방해한다Berger, 2002. 이와 같이 지위가 높은 개체가 더 희생을 하는 것이 어떤 기능이나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여전히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기를 희생하는 의사소통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임에는 틀림없다.

의사소통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공존의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불편한 의사소통의 사례들은 이러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상대를 설득해서 자신의 뜻과 이득을 관철시키거나, 자신의 상한 감정을 보복하기 위한 것, 혹은 자신의 우월함이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상대를 낮추거나 무시하는 것을 소통의 목적으로 삼는 한,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불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mind

   <참고문헌>

  • 차배근(1987). 커뮤니케이션학개론(). 서울: 세영사.
  • Berger, H. (2002). Interference and competition while attacking intruder in groups of Arabian Babblers. MSc Thesis, Tel-Aviv University, Israel.
  • Diggle, S. P., Crusz, S. A., & Camara, M. (2007). Quorum sensing. Current Biology, 17, R907-R910.
  • Haila, K. K. (1999). Effects of carotenoids and carotenoid-tocopherol interaction on lipid oxidation in vitro.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Helsinki, Finland.
  • Mancuse, S. & Viola, A. (2016). 매혹하는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 (양병찬 역). 서울: 행성비. (원서출판 2015).
  • Williams, P., Winzer, K., Chan, W. C., & Camara, M. (2007). Look who’s talking: Communication and quorum sensing in the bacterial world.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2, 1119-1134.
  • Zahavi, A. (2008). The handicap principle and signaling in collaborative systems. In P. d’Ettore & D. P. Hughes (Eds.), Sociobiology of communication: An interdisciplinary perspective (pp. 1-9).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및문화심리 Ph.D.
정태연 교수는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사회 및 문화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군대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심리학」(2016), 「심리학, 군대 가다」(2016)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