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무섭고 싫지만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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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무섭고 싫지만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는...
  • 2023.09.15 16:13
모두가 걸리고 싶어하지 않는, 치매. 약물로 치료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예방하려 해 보지만, 모두 피해갈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치매에 걸린 사람들을 바라봐야 할까?

노년에 가장 걸리기 싫은 질환 '치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 6명이 오랜만에 모였다. 중년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건강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꽃을 피웠고, 이제 70-80대가 되신 부모님의 정신 건강, 치매에 대한 걱정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현재 65세 인구의 약 10%, 즉 10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하는데, 역시 치매에 대한 걱정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치매는 노년기에 가장 걱정되는 질병 1위였고,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걸리기 싫어하는 질환에서도 암, 관절염, 고혈압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치매에 이르게 하는 원인 질환은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 병Alzheimer’s disease이다. 이 병은 아밀로이드 판amyloid plaque과 타우tau 단백질이 뇌에 침착 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나쁜(!) 단백질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알츠하이머 병의 가장 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위험 인자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깜빡깜빡 하고,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얼른 입에서 나오지 않아서 “아.. 그거 뭐더라..”라 하며 혼자 끙끙거리는 일들이 심지어는 중년부터 점차 늘어나게 되는데, 정상적인 노화 과정인지 치매의 초기 증상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은 후, 스스로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의 자화상. 왼쪽부터 1996년, 1999년, 2000년의 작품. 사진=Chris Boicos Fine Arts.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은 후, 스스로의 자화상을 그린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의 자화상. 왼쪽부터 1996년, 1999년, 2000년의 작품. 사진=Chris Boicos Fine Arts.

새로운 약물 치료 시대의 시작

알츠하이머 병은 1900년대 초에 이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에 의해 신경병리가 처음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에 대한 약물 치료 방법은 이상하게도 오랜 시간 동안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아세티콜린 분해효소 억제제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s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NMDA수용체 길항제NMDA receptor antagonist인 메만틴이 개발되었고, 조기 진단과 이런 약물의 치료는 치매 증상의 진행을 늦추어 환자와 보호자가 더 오랜 시간 동안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현재 우리가 병원에서 처방받는 치매 약들도 이런 약들이다.

하지만 이는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전의 약물이 아니었다.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 중 하나인 뇌 안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신약의 개발은 한동안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러던 중, 2021년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부터 치료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었다. 그러나 유효성에 대한 의문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며 미국 시장에 자리잡지 못하였다.

하지만 더 좋은 효과성과 안전성을 보인 레카네맙Lecanemab이 2023년 7월 FDA의 승인을 받았고, 도나네맙Donanemab은 2023년 7월에 3상 임상연구가 성공한 것으로 발표되어 알츠하이머 병의 약물 치료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그러나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약물 치료만으로 치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 약들이 언제쯤 환자나 보호자가 일상 생활에서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치료 효과는 계속 유지되는지,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치료 효과나 부작용이 특정 요인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등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의술로는 뇌 안의 아밀로이드가 제거되더라도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병의 증상이 시작되고 치료 약을 복용하기 보다는 기능 저하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방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알츠하이머 병처럼 치매를 야기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뇌 안의 병리적인 변화가 증상이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다가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거쳐 치매 상태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치매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법들(!)을 생활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다.

뇌의 노화를 늦추고 치매가 발병되지 않게 하는 비법들(!)은 무엇일까? 알츠하이머 병의 신약 개발과 더불어, 비약물적 치료 개입 방법이 최근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다. WHO가 2019년 발간한 「인지 저하와 치매의 위험 감소에 대한 가이드라인」WHO guideline: Risk reduction of cognitive decline and dementia에 따르면, 신체 활동(즉, 운동), 금연, 영양섭취, 알코올 사용장애의 치료, 인지 중재 훈련, 사회 활동, 체중 조절,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의 조절, 우울증 치료, 청력 장애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바로 그 비법이다. 솔직히 누구나 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하기 힘든, 그래서 가장 어려운 치료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호그백 마을의 모습. 치매 환자도 일반인과 같은 삶을 영유하고 있다 사진=호그백 마을 홈페이지(https://hogeweyk.dementiavillage.com/)
호그백 마을의 모습. 치매 환자도 일반인과 같은 삶을 영유하고 있다 사진=호그백 마을 홈페이지(https://hogeweyk.dementiavillage.com/)

노인을 위한 나라가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이 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우리 중 누군가는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치매에 걸린 사들은 어떻게 보살피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방법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에 있는, 일명 '치매 마을'이라고 알려진 '호그벡 마을Hogeweyk village'을 방문하였을 때 생각해 보았다. 이 곳은 사실 말기 치매 환자를 위해 운영되는 요양원nursing home 중의 하나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산다’는 철학이 담긴 곳이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말기 치매 환자인데도 마을처럼 구성된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제대로 잘 해야 한다고 압박하거나 혼내는 사람 없이 그냥 내가 먹고 싶은 음식도 만들어 보고 (진짜 먹을 음식은 함께 거주하는 간병인이 만든다), 배회하더라도 산책이 될 수 있게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리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치매 노인들의 지적 능력 및 행동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 주는 수용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훈련받은 요양원 직원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 사회가 호그벡 마을처럼 치매 환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며 받아들여 줄 수 있다면, 우리의 노년이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mind

※ 본 기사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의 여섯 번째 주제, '웰에이징 시대'에 관한 기사입니다. 해당글은 교수신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주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임상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임상심리학 전공)를 마쳤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신경심리실에서 근무 중이다. 환자가 뇌의 어떤 문제로 어떤 인지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지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업(業)이다. 평소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점점 더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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