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입학을 축하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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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입학을 축하합니다만,
  • 2020.03.05 13:00
개강연기로 본격 대학생활이 미뤄져 조바심 내고 있을 2020 새내기들에게 성공적인 학과 적응을 위해 우선 몇 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놀라지 마세요. 통계를 배웁니다.

심리학과는 인문사회계열에 속하고 대개 사회과학대학 소속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나. 심리학에서 통계는 빼놓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수학을 하긴 해도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았고 대학에서는 더이상 수학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문과생들(그중 일부는 '수포자'라는 고단한 길을 택하기도)에게 '기초통계'라는 과목은 당혹감과 걱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할 것 없다. 심리학에서 배우는 통계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식의 수학은 아니다. 수리력보다는 논리적 이해가 요구되며 무엇보다 좋은 소식은 통계 패키지가 아주 편리하게 잘 나와 있어 실제 분석은 클릭만 하면 되니까 겁먹을 것 전혀 없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통계의 경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지점에서 딱 멈추고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면 즉, 심리학을 업으로 할 요량이라면 통계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라. 그러면 평생 행복할 것이다.

영어, 못해도 절대 미워해선 안 돼요.

요즘은 학부에서 영어원서를 많이 보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이 재빨리 번역을 하여 신간도 번역서로 금세 출판되기 때문이다. '심리학과에서 통계를 배운다'는 사실 만큼은 아니지만, 심리학에서는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 또한 이제 영어독해와는 안녕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대학 새내기들에게는 머리 아픈 일일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영어로 심리학개론을 배우기도 하고 심리학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영어강독 과목이 남아 있는 대학도 존재한다. 영어 실력이야 워낙 개인차가 크고 서양에서 수입된 모든 학문에서는 영어가 필수적이겠지만 우리가 배우는 심리학은 사실 심리학의 대국인 미국에서 번성한 것이어서 미국의 심리학 지식을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전공 용어를 이해하려면 영어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새내기들에게 고하노니 영어를 못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언젠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공부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가 싫은 학생이라면 원서의 문장 해석보다는 한두 단어로 된 심리학 용어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외워보라. 영어단어 공부도 되고 심리학 공부도 될 것이다.

프로이트는 원래 의사였습니다.

학자들마다 프로이트를 자신들의 학문적 조상으로 보기 때문에 그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의사, 심리학자, 사회학자, 작가 등등으로 보아도 틀린 것이 아니다. 프로이트의 거대 이론grand theory을 끌어다 쓰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이니 이쯤 되면 프로이트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는 인물로 보기보다는 사상가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프로이트는 처음에 의사였다. 지금은 뭐 의미가 없지만, 사실은 사실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학과 새내기들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까. 프로이트의 이론이야 이제 자세하게 배울 테니(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라) 더 언급하기보다는 프로이트의 인간에 대한 이해에 의학적 기초와 자연과학적 사고가 기저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정도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현재 보여지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고 했으며, 그래서 미래는 과거, 특히 아주 어린 시절의 무의식적, 의식적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성 본능이 프로이트의 전부인 양 이해하는 것 같아 미리 일러둔다.

오스트리아 사진작가 Max Halberstadt (1882–1940)가 1921년 찍은 프로이드의 모습.

심리학이 상담의 동의어는 아니죠.

심리학과 진학에 관심을 가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내가 꼭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심리학을 전공하여 할 수 있는 일에는 상담이 있지만, 상담이 심리학의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카운슬링이라고 말하는 심리상담은 상담심리학의 주요한 영역이 될 수 있지만, 심리학을 전공하는 것이 상담가가 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심리학 분야에는 상담심리학, 임상심리학 등의 심리치료를 위주로 하는 영역 외에도 기초심리학과 그것을 적용한 다양한 응용심리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심리학이 적용 안 되는 영역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지만 학생들은 직업과 관련하여서는 매우 보수적이고 제한적인 사고의 틀 내에서 움츠려들기 십상이다. 그래서 입학과 동시에 상담심리사, 임상심리사 정도로 직업적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자격증 취득에만 몰두하려고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긴 안목에서 본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인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끔 이렇게 해보자. 심리학을 배워서 할 수 있는 일만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면서 그것에 심리학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과탐 안 배웠는데 많이 당황하셨죠?

지금 교육제도에서 문과생들은 사회탐구 영역에서 한두 과목을 배우고 수능에서도 사탐만 시험 본다. 이과생들은 반대로 과학탐구만 하면 된다. 물론 고1 정도까지는 사탐도 과탐도 조금 배우지만 문과 또는 이과를 선택한 후에는 영원히 하나는 빠이빠이이다. 이것이 잘못된 이별이다. 적어도 심리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심리학은 문과와 이과의 중간 정도 되는 학문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자연과학적 사고가 많이 필요하다. 특히 생리심리학이나 신경과학, 뇌과학 등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은 생물, 화학, 물리 등과 같은 과탐에서 그 기초를 찾을 수 있다. 뭐 이것은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탐만 해온 학생들을 당황시킬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뇌brain를 배우는 것은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금세 호기심과 학구열로 불타오른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다.

오해 주의, 말조심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학기초가 지나가고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싶기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중간고사이다. 전국적으로 벚꽃 개화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얼추 4월 중순 이후에는 중간고사가 있기 마련이고 이 시기는 어떤 형태로든 벚꽃이 이쁠 때라서 대학생들에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슬픈 사연이 있다. 시험 때면 자의든 타의든 도서관을 드나든다. 그리고 같은 과 학생들끼리 전공 시험에 대한 꿀 정보들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심리학과 학생들은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먼저 다음에서 * 부분은 발음하지 않고 그냥 읽어보자. "인지*했니? 인지*는 했는데 아직 생리*는 안 했어. 생리*를 아직 못해서 큰일이다(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남학생이다). 그럼 학습*부터 하자. 건강*은 했고..." 뭐 이제는 다른 학과 학생들도 익숙해졌을 법하지만, 심리학 전공과목 이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면 오해하지 않을까? 이번엔 *'심리학'을 넣어서 다시 읽어보라. 이해가 될 것이다. 이것은 심리학과 학생들만의 즐거운 헤프닝이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알고나 있자.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은 많답니다.

심리학과로 진학하는 많은 학생들의 꿈은 프로파일러이다. 영화나 드라마 아니 요즘은 현실에서도 범죄와 관련하여 프로파일러의 활약이 대단하다. 확실히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현실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범죄심리학이라고 흔히 알려진 이 분야의 올바른 이름은 법정심리학Forensic Psychology으로 사회심리학의 한 영역이라고 보면 되겠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파일러는 심리학 전공자도 있지만 경찰이나 형사 경력자들도 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이 영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면 되겠지만 심리학과 학부만을 졸업해서 전문적인 프로파일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범죄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정신병리학, 심리검사 등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범죄심리학 외에 임상심리학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경찰이 되어 현장경험을 거친 뒤에 대학원 등에 진학하거나 관련 교육과 훈련을 통해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심리학 공부를 좀 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길을 찾아도 늦지 않다.

심리학 실험 무서워할 거 없어요.

요즘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특강에서도 심리학에 대한 정의를 물어보면 의외로 정답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정답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론 그 깊은 뜻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점은 과학에 있다.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바로 조건을 통제하는 실험적 접근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서는 차차 심리학 수업을 통해 배울 것이니 기대하라. 그럼,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무서워할 것 없다. 인간 실험하면 떠오르는 마루타 따위는 관련이 없다. 일단 심리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큰 뜻으로 심리학 연구에 참여해 보자. 설문지에 간단하게 답변을 하는 수준에서 심리학 실험실에 가서 연구자들의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성가신 것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조사 전후나 실험이 끝난 후에 자신이 참여한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 품은 의문은 대개 해결될 것이다. 여러분들의 참여 덕분에 대학원생들은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심리학 연구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미리 감사의 뜻을 전한다.

조금만 참아요. 본격적인 심리학 공부는 2학년 때부터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배울 것이라는 꿈에 부푼 새내기들이 의외로 1학년 때 배우는 심리학이 시시하다거나 이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심리학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학과를 불문하고 모든 1학년은 전공 외에 교양과목 수업을 많이 듣게 되고 학과 전공이라 해봐야 기껏 개론을 수강하게 된다. 그래서 전공은 넓고 얇게 배울 수밖에 없다. 심리학도 마찬가지다. 물론 심리학개론은 어떤 학문의 개론보다 재미있다고 확신한다. 심리학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은 우리의 실제 삶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했기에 실망이 컸다면 2학년을 기대하라. 사실 학부 과정 중 2학년들이 배워야 할 심리학 전공이 가장 많다. 본격적인 심리학 전공의 세계가 펼쳐지고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상담, 임상, 산업 등의 응용 과목들을 배우기 위해서는 학습, 인지, 생리 등의 큰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기초 심리학 과목이 2학년에 집중되어 있어 2학년은 해야 할 공부가 좀 많다. 이것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와 함께 기대감을 유지하기 바란다.

심리학만 공부하면 안 돼요.

유명한 심리학자 중에 학부 때부터 심리학을 전공했던 사람이 없다는 말이 참말인 줄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심리학을 기초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꾸준하게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훌륭한 미덕이나 그러다 보니 늘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굳이 요즘 대세인 '융합'의 개념을 소환하지 않아도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사람은 동떨어진 의외의 영역에서 그것을 새롭게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는 심리학 공부를 열심히 하되, 그것만 공부해서만 안 된다. 심리학 외에도 정치, 사회, 자연과학, 예술, 운동, 컴퓨터 등에도 눈을 돌리자.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식의 공부를 하려고 해서는 대학생활의 묘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요즘은 그들을 자꾸 케어 또는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그러니 심리학 새내기들이여! 심리학을 사랑하되 심리학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다른 학문들을 접해보는 자유를 누려 보시기 바란다.

심리학에서 현실 경험의 세계로

대학에 왜 왔는가? 심리학과에 왜 진학했는가? 이런 재미없지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 보아라. 학부가 대학원 진학,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단계로서의 의미만 있다면 그 얼마나 삭막한가? 이제는 지긋지긋한 입시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공부를 해 보자. 원치 않았는데 심리학과에 들어오게 되었다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큰 행운을 얻었다는 것을 말이다. 심리학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을 자신과 주변에 적용해 본다면 심리학 이론이 책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살아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학과의 다양한 전공 교수님들이 과제와 실습으로 여러분을 도와줄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 '사랑의 삼각형'을 배울 때는 사랑을 해 보아라. 이상심리학(정신병리학)에서 각종 정신장애를 배울 때에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관찰하여 나름대로 진단해 보아라. 할 수만 있다면 치료의 노력도 기울여보면 좋겠다. 신경과학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배울 때에는 실제로 멍때리기를 해 보아라. 응용은 끝이 없다. 심리학을 책 안에만 가둬 두지 말고 책상 위에서만 공부하려 하지 마라. 심리학에 날개를 달고 함께 경험의 세계로 날아보자. 자유롭게.

하나만 더 추가할께요.

'지난 겨울 봄이 오는 길목에서 겪었던 그 일로 ( )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며,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자. 각자 ( )를 채워 보자. 나의 경우 ( ) 안에 들어갈 만한 것은 다음과 같으니 참고만 하라. 숨쉬는 것이 감사함, 나다니는 것이 신난다는 것, 대중교통이 편리함, 떼밥이 즐겁다는 것, 함께 하는 사람이 소중함,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건강염려증도 꽤 필요하다는 것. mind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 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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