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가드닝’(Home Gardening)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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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가드닝’(Home Gardening)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하기
  • 2021.05.28 08:59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 이제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 생활의 제약. 여행도, 모임도 어려운 이 시기에 한없이 깊어만 가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실외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실내 활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운동기구를 구비해두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운동을 시도하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술집에 가는 대신 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별도의 공간 이른바 ‘홈 바’Home Bar를 꾸려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족’도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 대세로 주목 받고 있는데, 반려식물이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뜻한다. 실제로 KD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포함한 ‘홈 가드닝’Home Gardening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집에서 쉽고 간편하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홈 가드닝’은 특히 거동이 힘든 노인들의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극복하는데 효과가 있을까? 본 논문 리뷰에서는 원예 활동이 노인의 정신 건강 증진과 우울증 극복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며, ‘홈 가드닝’에 관한 Corley와 동료들(2021)의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원 김홍도, 연꽃과 잠자리. 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 연꽃과 잠자리. 간송미술관.

노인의 정신건강 증진과 우울증 극복을 위한 원예 활동

식물을 돌보는 원예 활동은 노인의 정서 안정과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승진(2019)은 식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곧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고 하였다. 조주영과 이호연(2017)은 식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을 느끼며 삶의 기쁨을 갖는다고 하며, 노인이 반려식물이 주는 정서적 충만감을 일상적으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원예 활동은 시설치매노인의 우울 증상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화 화분 옮기기, 국화 심기, 수경식물 가꾸기, 정원에 심은 꽃에 물주기 등 다양한 실내외 식물 가꾸기 및 정원 산책 활동이 시설치매노인의 우울점수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김한나 외, 2015. 텃밭 경작을 통한 여성 노인의 정신 건강 향상 여부를 살펴본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배추 경작으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며 성취감을 느꼈고, 수확한 배추를 이웃, 가족과 함께 나누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김희석 외, 2020. 그러나 앞선 연구에서 수행된 원예 활동은 실험을 위한 원예치료프로그램으로 설계되어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취미인 홈 가드닝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의 원예 활동, 즉 홈 가드닝도 노인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홈 가드닝과 노인의 우울증 극복  

Corley 와 동료들(2021)은 코로나19로 인해 영국 스코틀랜드에 봉쇄령이 내려진 기간 동안 홈 가드닝이 노인의 신체 및 심리적 안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홈 가드닝과 신체 건강 및 정신 건강 상태와 수면의 질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때 홈 가드닝은 가정 내에서 수행하는 모든 원예 활동을 의미하며, 연구자는 홈 가드닝을 측정하기 위하여 가정 내 정원에 대한 접근 여부를 측정하였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을 기준으로 이전보다 얼마나 자주 원예 활동을 하는지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봉쇄령이 내려진 후 가정 내 정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나은 신체 건강, 정신 건강 및 수면의 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에 노출되는 것이 양질의 수면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 결과이다. 적절한 수준의 운동은 노인의 신체 기능과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자들은 가정 내 정원 활동이 노인들로 하여금 기초적인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 내 정원을 꾸리고 원예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노인의 신체 및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횡단 연구로 진행되어 인과 관계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분석에서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변수와 건강 관련 변수를 고려했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의 결과는 가정 내 녹지와 건강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준다.

인간은 손바닥만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 카렐 차페크, <정원가의 열두 달>

정원을 사랑했던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는 인간은 살면서 손바닥만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작은 화단 하나라도 가꾸면서 살아보면 그 어느 것도 우리 발 밑의 흙만큼 아름답지도, 경외스럽지도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정성을 쏟는 그 숱한 시간 속에서 작가는 흙과 자연이 건네는 어떠한 인생의 지혜 같은 것을 느낀 것일 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코로나19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노인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작지만 큰 자연을 집 안 가까이에 둘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기도 하다. 어느덧 5월, 가정의 달. 이번 가정의 달엔 가까운 꽃 시장에 가보는 게 어떨까? 소중한 가족에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흙과 씨앗, 작지만 큰 자연을 선물해보자.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Corley, J., Okely, J. A., Taylor, A. M., Page, D., Welstead, M., Skarabela, B., ... & Russ, T. C. (2021). Home garden use during COVID-19: Associations with physical and mental wellbeing in older adult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73. doi: https://doi.org/10.1016/j.jenvp.2020.101545
  • 김한나, 박우권. (2015). 원예활동프로그램이 시설치매노인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지, 7(2), 13-20.
  • 김희석, 김소진. (2020). 여성 노인의 정신 건강 향상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분석 연구. 디지털융복합연구, 18(7), 237-246.
  • 전지현. (2021.01.11). [코로나發 주류 뉴노멀③] '홈바'부터 '홈브루'까지...집에서 마신다. 이코노믹리뷰. Retrieved from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3519
  • 정승진, 강수정. (2019). 저소득층 여성 노인의 원예학습 참여 의미 탐색. 한국평생교육학회, 25(1), 111-134.
  • 조주영, 이호연. (2017). 의미요법을 도입한 원예치료가 노인의 고독감과 무력감 완화에 미치는 효과. 인간식물환경학회지, 20(1), 39-44.
  • 최다현. (2021.04.02). [대세는 반려식물이다] ① 코로나블루 해소 노인 정서 안정에 ‘딱’. 아주경제. Retrieved from https://www.ajunews.com/view/20210401172057744
  • 최영란. (2019. 02. 13). 서울시, 저소득 홀몸어르신에게 반려식물 보급. 퓨처타임즈. Retrieved from http://www.futur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27
이주형 중앙대 심리학과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노년심리를 전공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재밌게 나이 들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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