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축제의 잠재력과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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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축제의 잠재력과 화려한 변신
  • 2023.07.03 18:09
심리치료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옛날, 그 때에도 마음의 문제는 있었을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아마 그 중심에는 축제가 있지 않았을까? 심리치료의 측면에서 축제를 생각해 본다.

그땐 어땠을까?

현대 심리학이나 심리치료와 같은 개념 자체가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보자. 부여, 고구려, 삼한과 같은 나라들이 존재하던 시대.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심리적 장애로 일컫는 우울, 불안, 고독과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어떻게 해소하고 다루어냈을까?

심리치유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축제를 살펴본 김균태2011는 상고시대에 행해지던 나라굿 축제를 “인간의 마음에 맺힌 심리적 장애를 해결하는 집단적 행위”라고 설명한다. 당시 나라굿 축제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기며 일탈된 신명을 즐겼는데, 이것이 일상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 함께 즐기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연대감을 공고히 하고, 상쾌하고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심리치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 것으로 본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보자. 이제 우리는 전통축제가 정말 사람들의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그 효과성을 엄격하게 검증해낼 수 있는 도구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서로 어울리며 축제 활동을 즐기는 것은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외로움 극복에 정말 도움이 될까? 본 논문 리뷰에서는 중국의 전통축제를 적용하여 농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Li와 동료들의 연구2022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홍도의 '씨름도'. 축제를 통해 과거의 우린 선조들은 심리치료를 꾀했는지도 모른다.
김홍도의 '씨름도'. 축제를 통해 과거의 우린 선조들은 심리치료를 꾀했는지도 모른다.

전통 축제 활동을 통한 노인의 스트레스와 외로움 극복

Li 와 동료들2022은 중국의 전통 축제 활동에 기반한 집단 회상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 연구를 실시하였다. 실험에는 중국의 농촌에서 최소 지난 1년간 홀로 거주해온 60세 이상 노인들이 참여하였다. 이때 심각한 만성 질환이 있거나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실험에서 배제되었다. 기준에 부합하는 64명의 노인들이 최종적으로 모집되었으며, 이들은 임의로 32명씩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구분되었다. 실험집단에 할당된 32명의 노인들은 8개월 동안 8회의 치료 세션에 참여하였다.

각 세션은 중국 전통 축제에 기반한 활동들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2월에 진행한 활동은 중국의 원소절元宵節, lantern festival에 기초하여 기획되었는데, 이 날 중국에서는 찹쌀 경단인 탕위안汤圆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다. 따라서 2월의 세션에서 노인들은 어린 시절의 소망을 떠올리며 탕위안을 함께 만들어 먹는 활동에 참여하였다. 실험 참여자들은 실험에 참여하기 전후로 스트레스와 외로움 정도를 측정하였고 프로그램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 종료 3개월 후 추적 조사를 다시 한번 실시하였다. 스트레스는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Perceived Stress Scale, PSS’ 그리고 외로움은 ‘UCLA 외로움 척도UCLA Loneliness Scale, UCLA-LS’를 통해 측정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반복 측정 분산분석Repeated Measures ANOVA을 통해 분석되었다.

분석 결과, 실험집단 노인들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는 프로그램 완료 3개월 후에도 지속되었다. 반면 통제집단 노인들의 경우 8개월 전후로 측정한 검사 결과를 비교하였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전통 축제에 기반한 집단 회상 프로그램이 장, 단기적으로 중국의 농촌에 홀로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줄여주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본 연구는 실험에 참여한 대상자의 수가 적었고, 프로그램 실시 및 효과 추적의 기간이 짧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실험이 중국의 한 지역에 국한되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전통 축제에 기반한 집단 회상 프로그램이 노인의 정신건강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엄격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를 적용하여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도시 지역에 비해 농촌의 사회적 자원이 매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이 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큰 실험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심리치료의 장에서의 전통축제

전통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그 정체성이 희미해진 지 오래되었다. 전통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어 활동들을 이끌어나가지만, 근대에 이르러 형성되기 시작한 지역 향토축제는 공공기관과 이벤트 기획사를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구성되어 지역 주민들이 행사의 객체로 전락하게 되었다송화섭, 2003. 전통축제 활동에 주체가 되어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회귀하여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어릴 적에 즐겼던 전통축제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회상함으로써 자신이 독특한 삶의 여정을 지닌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 있다Gaggioli et al., 2014.

심리치료의 장에서 우리의 전통축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계승될 수 있다. 창포물에 멱을 감고 씨름을 하던 단오, 팥죽을 쑤어먹고 뿌리는 행위로 역병을 막고자 했던 동지의 전통놀이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심리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훌륭하게 탈바꿈될 수 있다나동광, 2011. 공동체 내에서 행해지는 건강한 일탈은 심리치유의 관점에서 전통축제가 지닌 강력한 잠재력이다. mind

[감수: 중앙대 심리학과 김기연 교수]

    <참고문헌>

  • 김균태 (2011). 심리치유 관점에서 전통축제. 문학치료연구, 18, 75-100.
  • 나동광 (2011). 한국의 전통놀이에 대한 심리치료적 이해. 경주사학, 34, 117-136.
  • 송화섭 (2003). 전통축제와 현대축제의 발전 방향. 인문콘텐츠, (2), 232-253.
  • Gaggioli, A., Scaratti, C., Morganti, L., Stramba-Badiale, M., Agostoni, M., Spatola, C. A., ... & Riva, G. (2014). Effectiveness of group reminiscence for improving wellbeing of institutionalized elderly adults: study protocol for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Trials15, 1-6.
  • Li, S., Dai, Y., Zhou, Y., Zhang, J., & Zhou, C. (2022). Efficacy of group reminiscence therapy based on Chinese traditional festival activities (CTFA-GRT) on loneliness and perceived stress of rural older adults living alone in Chin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ging & Mental Health26(7), 1377-1384.
이주형 중앙대 심리학과 석사과정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노년심리를 전공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재밌게 나이 들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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