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Genie) 대 자비스 (Jarvis) (4): 자동차 에이전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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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Genie) 대 자비스 (Jarvis) (4): 자동차 에이전트의 언어
  • 2023.08.04 22:16
이젠 음성으로 기계와 대화하는 시대이다. 자동차에서 나의 운전을 도와주는 에이전트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생김새보다는 음성

이전 글 <지니 대 자비스 (3)>에서 운전자들의 운전 수행은 자동차 에이전트가 몸을 가졌는가의 여부보다는 어떤 음성을 가졌는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에 대한 인상 형성에 있어서 그 사람의 외모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수 있겠지만, 음성 또한 어떤 사람을 알아가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시간을 두고 오래 알아가다 보면 그의 생김새보다는 오히려 말 모양새에 더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대화 상대의 음성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도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았던가!

에이전트는 어떤 나라 말을 하면 좋을까?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디자인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를 해오고 있다.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와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에이전트의 언어가 감정적인 상태에 있는 운전자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완전하지 않은 자율 주행차를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하였다Muhundan & Jeon, 2023.

우리의 실험을 위해서 24명의 젊은 운전자들을 (영어에 능통한 12명의 인도 학생 및 12 명의 중국 학생) 모집하고, 과거에 몹시 화가 났던 기억에 대해 자전적인 글쓰기를 하도록 부탁했다. 그 후, 참가자들은 각각 세 가지 에이전트 조건에서 서로 다른 순서로 운전 모의 실험 장치를 이용해 운전을 하였다: 모국어 에이전트(인도어: 12명의 인도 학생, 중국어: 12명의 중국 학생), 영어 에이전트, 에이전트 없는 조건.

로봇도 우리말을 할 수 있어야 더 친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로봇도 우리말을 할 수 있어야 더 친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역시 모국어

결과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은 모국어 에이전트 조건에서 향상된 상황 인식과 그에 따른 향상된 주행 결과를 보였다. 사후 인터뷰에서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다른 조건에 비해 모국어 에이전트를 선호했고, 에이전트의 상태에 대해 통제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인간 공학에서 상황 인식은 세 가지 수준을 지칭하는데, (1) 주변 상황에 대한 지각(예: 몇 대의 차가 내 앞에 있는지, 경찰이 있는지), (2) 지각한 내용의 해석(예: 사고가 난 것인지), 그리고 (3)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예: 내 앞의 차들이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을 포함한다.

재미있게도 이 실험에서 지각 레벨에서는 조건별 차이가 없었지만, 해석 및 예측과 같은 상위 인지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즉, 에이전트가 없는 조건이나 제 2 외국어(영어)로 말하는 에이전트보다 모국어로 말하는 에이전트가 상황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상위 인지를 더 활성화할 수 있게끔 도운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모국어의 자동화 처리로 인해서 에이전트의 발화에 대한 이해력이 증가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자원을 고차원적 인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운전 수행 관련 종속 변인을 보면, 참가자들은 모국어 에이전트 조건에서 다른 에이전트 조건에서보다 평균 속도나 가속도 등에서 더 안정적인 수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영어 에이전트의 경우, 속도의 분산이나 최저 속도에 있어서는 에이전트가 없는 경우보다도 더 안 좋은 수행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물론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에이전트가 있는 조건이 없는 조건보다 항상 나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참가자들은 영어에 어느 정도 능통하더라도 에이전트가 영어로 의사소통 할 때보다 자기 나라 언어로 의사소통 할 때 더 나은 운전 수행 및 에이전트에 대한 선호를 보였다. 선호도가 다르게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운전 수행 결과에서 유의미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 놀라웠다. mind

    <참고문헌>

  • Muhundan, S., & Jeon, M. (2023). Effects of language on angry drivers’ situation awareness, driving performance, and subjective perception in Level 3 automated vehicles,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https://doi.org/10.1080/10447318.2023.2235837.
전명훈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컴퓨터과학과 교수 공학심리 Ph.D.
가수의 꿈을 접고 전자회사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가 영화 음악을 공부했다. 영화 음악가의 꿈을 접고 청각 디스플레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버지니아공대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에서 Mind Music Machin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기계(컴퓨터, 자동차, 로봇) 사이의 더 나은 상호작용을 디자인하기 위해 소리와 정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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