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살을 빼자: 착시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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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살을 빼자: 착시 다이어트
  • 2019.10.15 09:49
눈을 이용하여 뇌를 속이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이 먹은 것으로 여겨 칼로리 섭취를 조절할 수 있는 착시 다이어트를 소개합니다.

눈으로 먹는다는 표현이 있다. 음식의 시각 정보가 맛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음식의 색깔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음식이 빨갈수록 더 매운맛으로 느끼고, 노랄수록 더 신맛으로 느낀다. 이처럼 시각 정보는 우리가 음식을 먹는 섭식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럼 '눈으로 덜 먹을 수' 있다면, ''눈을 이용하여 덜 먹을 수'도 있을까?

실제로 이를 통해 다이어트를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다이어트의 기본 법칙은 운동 및 움직임으로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적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법칙을 몰라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당한다.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섭취량을 줄이는 것보다 우리의 뇌를 속이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착시이다.

작은 그릇에 담아 먹기

착시 다이어트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착시 다이어트로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바로 '작은 그릇에 담기'이다.

식사량을 줄이라는 '작은 그릇에 먹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같은 양의 음식일지라도 큰 그릇보다 작은 그릇에 음식물을 담으면, 그 음식물의 양을 실제보다 더 많다고 지각하게 된다. 그리고 많아 보이는 그 음식을 먹을 때, 우리의 뇌는 눈이 보여주는 아주 많은 양의 음식을 실제로 먹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동일한 양의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그릇에 담아 먹으면 기특하게도 우리의 뇌는 더 빨리 포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물을 먹고도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게 되어 만족스러운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간단한 눈속임처럼 보이는 이 착시 다이어트는 실제로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유명한 착시 중 하나인 델뵈프 착시delboeuf illusion이다. 세 개의 검은색 원은 모두 동일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가운데에 있는 검은원이 좌, 우에 있는 두 개의 검은원보다 크게 보인다. 이유는 검은원(중심원)을 둘러싸고 있는 원(주변원)때문이다

델뵈프 착시. 세 개의 검은원은 모두 동일한 크기이지만, 가운데 원이 가장 커 보인다.
델뵈프 착시. 세 개의 검은원은 모두 동일한 크기이지만, 가운데 원이 가장 커 보인다.

우선, 왼쪽에 있는 그림에서는 주변원의 크기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일종의 대비 효과가 발생한다. 큰 원이 주변에 있으니, 내부에 있는 원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이에 반해서, 가운데 그림에서는 주변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주변원의 크기가 작아 중심원과의 크기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 방금 언급했던 대비 효과가 강하게 발생하지 않는 대신 동화 효과assimilative effect  발생한다. , 가운데 중심원의 속성이 주변원에 동화되어 지각된다. 위의 그림에서는 검은원의 크기가 주변원의 크기에 동화되어 실제보다 더 크게 지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주변에 원이 없는 경우보다 더 크게 지각된다

이 델뵈프 착시를 음식에 적용하면, '작은 그릇에 담기'가 된다. 그릇이 델뵈프 착시의 주변원과 유사한 역할을 해서, 동일한 양의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큰 그릇에 담을 때보다 양이 더 많은 것처럼 지각된다. 실제로 이 내용을 다룬 연구가 있다Van Ittersum & Wansink, 2011. 실제로 큰 그릇과 작은 그릇에 동일한 양의 스프를 담은 후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그릇에 있는 스프의 양이 많은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참가자들은 작은 그릇에 담긴 스프의 양이 더 많다고 보고하였다

식탁보 색깔도 중요

흥미로운 것은 '작은 그릇에 담기'가 밝기 및 색채 대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델뵈프 착시는 주변원의 대비가 작아지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 주변원이 검은색 대신 흐린 회색을 띠게 되면 중심원에 비해서 흐려 보이게 된다. 이 경우 중심원의 현저성salience이 높아져서, 즉 중심원이 주변원에 비해서 더 명확하게 보이게 되기 때문에, 둘 간의 동질성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동화효과도 약화된다.

연구자들은 '작은 그릇에 담기'와 델뵈프 착시 간의 관계를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주변원의 대비 개념을 접시에 적용시켰다. 그들은 대비를 조작하기 위해 테이블보를 활용하였다. 흰색 접시를 검은색 테이블보에 올려두거나(고대비 조건), 흰색 테이블보에 올려두는(저대비 조건)방식으로 대비 수준을 조작하였다. 그 결과, 저대비 조건에서 약화되는 델뵈프 착시처럼 흰색 테이블보를 사용한 경우에 작은 그릇에 담긴 양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성 또한 약화되었다. (그러니 작은 그릇에 담는 효과를 활용한 다이어트에는 테이블보와 매우 다른 색의 그릇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음료수는 가능한 한 긴 컵에 

이와 유사하게 착시를 이용한 또 다른 다이어트 방법은 긴 컵을 사용하여 음료수 마시기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적어도 나에게는) 탄산음료이다. 평소에는 잘 참다가도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때면 (다이어트 중에 왜 피자나 햄버거를 먹느냐고 따지지는 말자!) 탄산음료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덜 마시는 방법은 긴 컵에 탄산음료를 따라 마시는 것이다. 이는 수평선보다 수직선을 확대하여 지각하는 우리의 지각적 특성 때문인데, 이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착시가 수직선-수평선 착시, 일명 'T착시'이다

위의 그림(a)를 보면 T자를 거꾸로 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수직선과 수평선이 있다. 두 개의 직선 중에서 어떤 것이 더 길어 보이는가? 예상했겠지만 두 개의 직선의 실제 길이는 동일하다. 하지만, 우리의 눈에는 수직선이 더 길어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세인트 루이스에 가면 Gateway Arch라는 기념물이 있는데, 이 기념물의 가로와 세로 길이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봐도 우리의 눈에는 여전히 홀쭉하게 길어보일 뿐이다. 이 현상도 수직선-수평선 착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긴 컵에 음료수를 담아 마시면, 우리의 뇌는 실제 양보다 더 많은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렇듯, 눈으로 먹는 것처럼 우리는 눈을 이용해서 덜 먹게 할 수도 있다. 착시로 우리의 뇌를 속여 덜 먹어도 많이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니 이 얼마나 편리한 다이어트 방법인가? 이 때문에, 많은 다이어트 컨설턴트(?)들은 작은 그릇과 긴 컵을 이용하여 식사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

너무 배고프면 안되고 

그런데 매우 흥미롭게도, 최근에 이와 같은 착시 다이어트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나타났다Zitron-Emanuel & Ganel, 2018. 그들은 델뵈프 착시를 기반으로 한 '작은 그릇에 담기'가 정말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였는데, 집단을 두 개의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통제 집단으로 평상시처럼 음식을 섭취한 집단이고, 또 다른 집단은 실험 집단으로 실험 전 최소한 3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일명 음식 박탈 집단food deprivation group이었다. 그 결과, 통제 집단에서는 이전 연구들처럼 델뵈프 착시가 작용하여 작은 그릇에 담긴 음식물의 내용이 더 많은 것으로 지각되었다. 하지만,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던 음식 박탈 집단에서는 델뵈프 착시가 작용하지 않아, 그릇에 담긴 음식물의 양을 상당히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배가 굶주린 상태이면 뇌가 속아 소중한 음식물의 양을 잘못 판단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착시 효과를 주기에는 접시가 좀 큰가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는 게 정석. 노먼 록웰 Norman Rockwell(1961~1978)의 ‘네 가지 자유 이야기’ 중 세번째 ‘Freedom from Want’, 1943, 캔버스에 오일. 116.2 cm × 90 cm . 미국 Norman Rockwell Yufuin Museum 소장.
착시 효과를 주기에는 접시가 좀 큰가요. 미국 화가 노먼 록웰이 미국의 풍요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Norman Rockwell(1961~1978), ‘Freedom from Want’, 1943, Oil on Canvas, 116.2 cm × 90 cm . Norman Rockwell Museum, USA.

사실 이 연구의 목적은 착시 다이어트의 허점을 밝히는 데에 있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음식 박탈 조건에서 우리의 지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고자 하였지만, 이 연구 결과는 항상 허기져 있을 다이어터들의 눈에는 작은 그릇에 담던지, 큰 그릇에 담던지 그 음식물의 양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시 다이어트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착시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교적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착시 다이어트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착시와 음식의 관계는 다이어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양식 식당에 가서 코스 요리를 먹게 되면, 비교적 큰 접시에 음식이 담겨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작은 그릇에 담기와 동일한 근거를 갖는다. 대신 정반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릇에 담긴 음식의 양을 실제보다 적게 느끼도록 하여, 여러 코스의 음식을 배부르다는 느낌 없이 먹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스 요리의 경우, 먹을 때는 몰랐는데, 다 먹고 일어나서야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의 왕도는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리라. 지금 다이어트에 고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투를 빈다. 화이링!! mind

    <참고문헌>  

  • Van Ittersum, K., & Wansink, B. (2011). Plate size and color suggestibility: the Delboeuf Illusion’s bias on serving and eating behavio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2), 215-228.
  • Zitron-Emanuel, N., & Ganel, T. (2018). Food deprivation reduces the susceptibility to size-contrast illusions. Appetite, 128, 138-144.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 Ph.D.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 석사를 마치고, 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Boston University와 Brown University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아이돌, 스포츠를 지각 심리학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평생 덕질을 하듯 연구하며 사는 것을 소망하는 심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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