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정체성은 어떻게 발달할까? (5) 청소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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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정체성은 어떻게 발달할까? (5) 청소년기
  • 2020.04.11 15:00

※ 이 글은 E. Erikson의 Identity: Youth and crisis (New York: Norton, 1968)의 "제3장 The life cycle: Epigenesis of identity"  가운데 '청소년기' 부분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청소년기와 정체성의 확립

기술이 진보하고 초기 학령기와 청년이 직업생활을 시작하는 시기 사이의 간격이 점차 커지면서, 청소년기는 보다 관심을 받게 되었다’(p. 128). 우리는 흔히 청소년기를 아동기와 성인기의 사이로 여긴다. 학령기 후기가 되면 급격한 생리학적 발달에 따라 2차 성징이 나타나고, 다가올 성인기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느낀다.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하위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보이며, 동시에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것으로 남을 듯 보이는 초기 정체성이 나타난다.

청소년들은 우울감과 초조함을 느끼면서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매우 궁금해하고, 또 여기에 크게 신경을 쓴다. ‘이들은 지금 자신이 전에 배운 기술과 역할을 어떻게 하면 미래의 이상적인 역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p. 128). 일관적인 정체성을 완전히 확립하기 위해 역할 모델과 이상을 필요로 하며, 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전 단계의 위기에 다시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자아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를 정리하고 통합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 이들의 세계는 가정과 학교보다 넓은, ‘그 경계가 모호하나 요구하는 바는 분명한’(p. 128) ‘사회로 넓어진다.

이전 시기에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 청소년기에는 믿을 수 있는 대상(사람, 사상)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러한 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소년은 잘못된 믿음에 자신을 헌신할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냉소적인 불신을 표현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앞서 살펴 본 단계 중 두 번째 자율성 단계에서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필요로 하는 데 비해,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결정할 기회를 어느 정도 승인받는다. 동시에 우습게 보이거나 자기의심에 노출될 만한 활동을 강요받을까봐 두려워한다. 청소년은 자신이나 또래 친구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기 위해 어른들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행동할 수 있다.

좋은 사회가 좋은 청소년을 키운다

또 아동들이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제한받지 않고 상상한다면,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소망을 상상할 수 있는 그러한 여지를 어른들이, 또 사회가 주리란 것을 믿고 싶어한다. 그는 자기상을 기존 관습과 틀에 맞추어 가야 한다는 데 격렬히 반대하며, 여기에서 비롯되는 죄책감(사회적 기준을 따르지 않는 데서 오는 죄책감)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잘 하고 싶은 소망이 학령기의 소산이라면, 청소년기에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수입이나 지위를 넘어 어떤 확신이 필요하다. ‘어떤 청소년들은 성공이 거의 확실시되는 진로라도 자신의 고유한 특기를 살리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면 아예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기도 한다’(p. 129).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는 적절하고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재능 있는 젊은이에게는 훨씬 덜하다. 이들은 자기 능력을 보여줄 만한 역할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따라서 자신의 내면적 이념을 안정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 반면 혜택 받지 못한 청소년은 또래집단과 성인들에게 인정받고 가치 있는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이념을 따르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청소년이 환경이 자기표현을 너무 억압하고 있어 정체성을 뜻대로 통합할 수 없다고 느끼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동물처럼’(p. 130) 거친 힘으로 저항할 것이다. ‘인간 존재의 사회적 정글에서 정체성이 없으면 존재한다는 느낌도 없는 것이다’(p. 130).

사회가 그들을 인정해줄 때

여기에서 에릭슨은 청소년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방법을 통해 부정적인 정체성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지’(p. 130)에 대한 예를 제시한다.

나는 질(Jill)이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녀는 비만이었고, 부정적인 구강기 성격이 많이 나타나 식탐과 의존성이 있었고, 형제들을 격하게 질투하며 경쟁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똑똑하고 어떤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결국은 잘 성장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나중에 매우 매력적이고, 어느 집단에서나 리더이자 모범이 되는 젊은이가 되었다. 임상가로서 나는 그녀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식탐과 경쟁심이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가 궁금했다. 그런 특성이 성장하면서 단순히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질은 십대 후반의 어느 여름을 (미국) 서부의 한 대학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가을이 되자 부모에게 그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부모가 이를 허락하여 질은 그곳 목장에서 새로 태어난 망아지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밤에 어린 망아지들이 젖을 먹고 싶어할 때마다 일어나 젖병을 물리는 일을 한 것이다. 그녀는 그 일 자체, 그리고 카우보이들의 칭찬에서 만족감을 얻었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했다. (에릭슨)는 그녀가 언제나 남들이 그녀를 위해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일을 스스로 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한때 그러한 욕구를 과식으로 표현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허용되며 권장되는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스스로 선택한 치료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자유가 주어지면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pp. 130~131).

과연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이 시기에 나타나는 소외는 정체성 혼란, 즉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성 정체성을 비롯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오랫동안 의심해 왔거나, 긴 시간 동안 좌절감이 쌓여 왔는데 이러한 혼란을 겪으면 비행을 저지르거나 경계선 정신장애 삽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아동기 이후의 아동기(p. 132)’는 사회적으로 자신에게 강제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절망감의 표현으로 퇴학, 자퇴, 퇴직, 외박,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 상태로의 철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에릭슨에 따르면 한 번 비행에 발을 들인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욕구, 또는 그의 유일한 구원은 친구, 선생님, 상담자, 판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성의하게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것’”(p. 132)이다. ‘정체성 혼란이라는 개념의 임상적인 가치는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한다면 청소년이 저지른 정신병적이고 범죄처럼 보이는 사건이 성인기 범죄와 같이 거의 회복 불가능한 발달적 결함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있다’(p. 132).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직업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집단 정체성에 자신을 던져 개별성을 완전히 잃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것조차 1차적으로 성적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기의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도, 즉 혼란스러운 자기상을 연인을 거울삼아 비추어 보면서 차츰 명확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때문에 젊은이들의 사랑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나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길

자아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도는 파괴적인 수단을 통해 나타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은 피부색, 문화적 배경, 취향, 재능, 심지어 옷차림이나 말투까지, 자신들이 내집단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정한 것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을 배제시키는 데 있어 배타적인 것을 넘어 잔인해질 수 있다. 에릭슨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관용이 정체성 상실에 대한 일시적인 방어일 수 있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p. 132)이며,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동을 묵인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신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성적 발달로 인해 몸과 상상력에 온갖 자극이 오며, 닥쳐오는 미래가 너무 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때문에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내집단을 형성하고 우리 편을 상정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서로를 돕는다. 이들은 피할 수 없는 가치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내집단에 대한 서로의 충성심을 시험해 본다.

이러한 충성심에 대한 시험은 역사적으로 집단 정체성을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는 국가나 계급의 젊은이들에게 단순하고 잔인한 전체주의가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는 관용적이고, 합리적인 동시에 단호할 수 있는 강한 민주적 정체성의 본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 사회의 민주주의에는 독특한 문제가 있는데, 산업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기는 정체성은 항상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고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된것이라는 점이다. () 민주주의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건설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상을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들이 공유할 수 있게끔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 경제, 정치체계 및 구조는 점점 복잡해지고 몰개인화되며, (역자 주: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개천에서 용 나는 것과 같은) ‘자조의 이데올로기는 점점 그 빛이 바래져 가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성격, 개인의 선택권, 자기실현의 자유는 좋은 것이라고 교육받았으나, 정작 사회에서 이를 실현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며, 이는 젊은이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나 높은 이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심리적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회적 관습이 바로 우리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세상을 냉소하거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젊은이들은 곧 들어갈 어른의 세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가 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사회구조와 체계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흡수될 수 있으며, 또 이데올로기를 통해 젊음의 활기를 사회에 불어넣을 수 있다. 청소년은 사회의 진화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가져오는 존재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충성심과 에너지를 사회의 진보와 활기를 보존하는 데 쏟을 수 있다(p. 133~134)..

그러나 언젠가 깨우치게 되리라

이어서 에릭슨은 전체주의적인 비이성과 광기에는 임상적인 진단명을 붙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 대규모 학살에 참여한 젊은 나치가 얼마나 가학적인지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에게 정체성 위기가 있었을 때 나치와 접촉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p. 134~135).

반면 예술적 창조를 통해 스스로 정체성의 위기를 해결해 내가는 사람들도 있다. 시나 그림과 같은 그들의 작품을 보고 일기나 편지 같은 기록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해 볼 수 있다. ‘이들은 신경증조차 인간 존재의 내면적 혼란, 창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p. 135).

청소년기에 전쟁과도 같은 정체성 혼란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고 나면 일과 사랑이라는 심리사회적 과업이 기다리는 성인기가 온다. 에릭슨은 이제는 자아정체성의 형성은 끝났다고 본다. 이 글의 뒷부분에서는 성인기의 삶에서 나타나는 정체성 위기와 그 극복에 대해 다룬다.mind

* 다음 편에서 마지막 성인기로 이어집니다.

신기원 중앙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사회 및 문화심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위험지각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내용과 형식이 아름다운 심리학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꿈은 나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삶의 길을 찾는 심리학에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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