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Mind)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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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Mind)가 좋아요.
  • 2020.06.30 10:27
‘내 삶의 심리학, Mind’에 나의 12번째 글이 올라간다. 이 글이 승인 된다면 말이다. 대중을 위한 심리학적인 글쓰기를 하라고 했지만 그랬는지 모르겠고 마감에 쫓길 정도의 압박감은 아니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쓰자고 다짐했었다. 1년 간의 마인드 활동을 통해 나의 마인드를 짚어 본다.

언제나 시작은 충동적
학회장에서 허지원 선생님이 물었다. 심리학에 관한 대중적 글쓰기를 해 볼 생각이 있냐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나를 작가로 등록 하겠단다.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미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다. 2019년 초여름 무렵 자기 소개글을 보내라고 해서 역시 충동적으로 몇 줄 써서 보냈다. 매월 모일이 나의 마감일이란다. 크게 구애 받을 것은 없었고 한 두 가지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마저도 지금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으로 봐서 자유롭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를 마인드와 엮은 허지원 선생님의 정체는 마인드의 열혈 편집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날 글 반죽이 먹음직한 쿠키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스스로 그다지 학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처음엔 심리학 관련해서 뭘 써야 할지 좀 고민이 되긴 했다. 그 당시에 내가 꼿혀 있었던 HEXACO 성격모델의 'H 펙터(정직/겸손성)'에 관한 글을 필두로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마인드에 글을 갖다 바쳤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렇게 표현한 것은 승인이라는 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거친 글 반죽은 마인드라는 오븐 속에서 맛있는 쿠키로 구워졌고 예쁜 포장지에 담겨 디스플레이까지 되니 꽤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누군가 반가운 사람이 찾아온 것 같다. 그녀의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Johannes Vermeer, A Lady Writing, c. 1665,  Oil on canvas, 39.5 x 45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누군가 반가운 사람이 찾아온 것 같다. 그녀의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네덜란드 황금기를 빛낸 화가 베르미르의 작품. Johannes Vermeer (1632~1675), A Lady Writing, c. 1665, Oil on canvas, 39.5 x 45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의외의 알아차림
좋아요, 추천, 댓글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개수가 많으면 좋았다. 간혹 내 글의 주제를 보고 나를 그 분야의 대가인 줄 알고 책을 써 보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기도 했고 미래의 심리학자 고딩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마인드의 위력을 느꼈다. 게다가 ‘브런치brunch’라는 한 포털사이트의 글쓰기 플랫폼에도 마인드가 작가로 등록이 되어 있어 내 글 중 일부가 올라갔다. 요즘 브런치 작가가 되려는 신청자가 줄을 섰다는데 나는 가만 앉아서 그 영광을 누렸다.

심리학 보충 수업
심리학과 학생들은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도 늘 심리학에 목말라 한다. 심리학은 흥미롭지만 좀 어려운 구석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마인드의 글들은 심리학 공부라기보다는 심리학 이야기였기 때문에 재미있고 이해가 쉬웠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마인드 광고를 좀 했다. 심리학 전공 수업이 정찬이라면 마인드를 통해 배우는 심리학은 먹기 좋고 맛도 좋은 간식이라고 할까. 나도 그렇게 나만의 레시피 대로 간식을 만들어 보았고 생각보다 그 간식은 먹을 만했다.

기막힌 타이밍
코로나19의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우리 학과 새내기들에게 입학 전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몇 자(제목: 심리학과 입학을 축하합니다만,) 적어 마인드에 올렸다. 그런데 말이다. 새내기들은 대학 캠퍼스에는 발도 들이지 못했고 한 학기 내내 비대면untact 수업을 받아야 했다. 비접촉 상황에서 그 글은 우리 학과 새내기 O/T 자료로 쓰였고 마인드를 통해서 접했는지 다른 대학 심리학과에서도 유용하게 썼다며 나는 인사를 받게 되었다. 글 쓴 보람이 있었다.

그림이 예술
마인드에 승인 요청을 한 뒤, 기다리는 것은 그림이다. 어쩜 그리도 글에 딱딱 맞는 그림들을 찾아 내는지 경탄스럽다. 그림은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 넣을 뿐 아니라 글의 핵심을 표현하고 있어 빠져서는 안 될 요소이다. 가장 좋았던 그림은 프리드리히Casper David Friedrich가 그린 절벽 위에 서서 안개 속을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이다. 그 사람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심정은 왠지 아모로 파티Amor fati*일 것 같고 무채색 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 느껴졌다.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 좋은 글들
마인드의 많은 집필진들이 열심히 글을 써서 그런지 정말 글들은 빨리 바뀐다. 매일 새 글이 올라온다. 팍팍한 게시의 룰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상의 속도가 워낙 빠른 시대이므로 뭐든 지나가 버리면 웬만해서 다시 눈길을 주기가 어렵다. 그래서 말인데 지나간 글들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글들은 역 주행할 수도 있고 여러 글들을 응집력 있게 묶으면 다양한 스페셜 기획으로 거듭나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인드에 대한 나의 마인드
초지일관(初志一貫)처럼 어려운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일일우일신一日又日新은 어떨까. 이건 더 어렵다. 아무리 처음에 품은 뜻이 좋아도 지나간 것은 되돌리기 어렵고 날마다 새롭게 하기엔 우리의 일상은 끝없이 반복된다. 그렇다면…(사고 과정은 중략)… 결론, 나는 나에게 무한의 자유도df; degree of freedom를 주고 싶다. 이것이 나의 마인드이다. ‘내 삶의 심리학, Mind’를 멋지고 알차게 만들어 주신 많은 여러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나는 마인드가 좋다. mind

* 아모로 파티Amor fati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으로서 ‘운명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즉 삶의 필연성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뜻한다.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Amor' 와  ‘운명’을 뜻하는 'Fati' 의 합성어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김연자의 신나는 희트곡 <아모르 파티> 덕분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말인데 절대 무슨 파티party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 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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