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불링, 너무나 지독한 미로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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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불링, 너무나 지독한 미로_3
  • 2019.11.12 13:37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사이버불링의 위험성에 대한 연재 마지막 글입니다. 이윤아 교수가 이번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출연자 비하와 조심성 없는 자막 등, 미디어의 악영향에 대해 경종을 울립니다.

예능 제작진들의 출연자 비하자막

지난 글(사이버불링, 너무나 지독한 미로_2)에서는 예능 TV에서 비추어지는 신체적 공격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언어적, 관계적 공격성은 어떨까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와 놀이를 추구하는 것에는 이상할 것도, 잘못된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 자체가 개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경우에는 때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언어를 쓰더라도 보는 사람에게 그 장면이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맥락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비하를 당하는 개그맨이나 혹은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그 행위는 자연스럽게 유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과도한 공격성을 지니지 않는 한에서 말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를 불링이라고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당하는 사람이 그 유머를 친근하고, 긍정적이며, 상호적인 놀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선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Student Smartphone Bullying - Free image on Pixabay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늘어나고 있는 '생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개그를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그 맥락과 성질이 달라 보입니다. 출연자들의 실제 삶을 방송하는 에피소드들은 분명 각 장면들의 의도가 시청자들을 웃게 하려는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방송 중 진행자들/제작진이 무슨 개그의 한 장면을 보듯 너무 쉽게 비하하고 폄하하고 비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의 도를 지나친 태도는 출연자들에 대한 불링으로까지 여겨지기도 합니다.

조심성없는 자막

최근에 한 부부생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자막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진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다른 프로그램들을 시청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 자막이 달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특정 프로그램의 자막들은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부부에게 개그가 아닌 지극히 일상적일 수 있는 삶의 장면들과 진지한 장면들이 방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출연자에 대한 존중과 조심성sensitivity이 전혀 없는 제작진의 자막과 패널들의 반응이 일종의 불링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출연진에 대해 반말로 조언하듯 자막을 넣는다든지(“~야, ~하자,“) 혹은 비난섞인 말들을 조롱하듯 자막에 넣는다든지(“잠 깨서 밥먹은 거 말고 우리 몰래 뭐했니?”), 다른 문화에서 온 사위가 장모님을 향해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부른 한국말 노래에 대해 비하하는 자막을 넣는다든지(“산 너머 산,” “음~ 이 분위기… 어떡하지?”) 다른 문화권에 사는 다소 체격이 큰 편인 한 어머니가 돼지고기로 식사할 때 직접적으로 폄하하는 자막을 단다든지(“먹이사슬의 최강자, 대륙의 돼지 청소기”), 이같은 예들은 전형적인 언어적 불링의 카테고리에 들 수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출연진에 대한 가십과 루머를 조장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해당 연예인들의 평판을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관계적 불링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자막들과 함께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패널들'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불링자막에 선동되어 부정적인 반응들을 출연자들에게 더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예능으로 보여주는 출연자들과 패널들은 보통 자신들을 고용해 준 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편집자들) 대항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갑과 을이라는 힘의 불균형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즉 출연자들이 약자의 측에 선다는 뜻이고, 그런 관계 내에서 몇 편에 걸쳐 그들에게 계속되는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들, 그리고 재미를 가장하여 연예인들의 안녕감과 사회적 평판에 해를 주는 이러한 행위들은 불링의 모든 조건을 커버하는 '자막 불링caption bullying'으로 보여집니다.

연구들이 말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TV에서 보여지는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공격성' 또한 학습이 되어 아동 청소년들 뿐만 성인들에게까지 그들의 실제 삶에서 모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Coyne, 2016, for a review.

심지어 한 메타연구는 긴 시간을 보면 반대의 결과가 나왔지만, 짧은 시간안에 일어나는 공격적 미디어의 영향은 아동들보다 성인들에게 더 크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Bushman & Huesmann, 2006). 실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관계들 안의 갈등상황들보다, 방송을 통해 제작진들이 출연자들을 향해 던지는 명백한 공격성향들이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모방되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미디어 제작진에게 필요한 존중과 조심성

자막불링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서구 다른 나라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불링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그 어떤 미국 생활 리얼리티 쇼에서도, 프로그램 편집자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생각을 자막을 통해, 마치 시청자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듯한 공식적인 멘트로 만들어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생활 리얼리티 쇼에서는, 출연진의 에피소드들에 대한 모든 판단을 제작진 생각과 의견의 관여 없이 있는 그대로 시청자의 몫으로 남겨두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3의 관찰자 시점에서 출연자들의 행위에 대해 제작진의 의견을 적는 자막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자막이 마치 사회적으로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 입장처럼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작진들이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멘트로 이슈를 만들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출연진들에게 해를 되는 일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도로 계속해서 출연자들을 불링하듯 자막을 단다면, 우리 사회는 이러한 태도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규범인 양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작진 몇 명의 태도가 출연자들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선입견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연자의 안녕과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이버불링으로 고통받았다고 알려진 한 연예인의 사망 사건으로도 조명받고 있듯이, 사람들의 악플과 공격성을 선동하는 미디어의 영향은 실로 큽니다. 이런 의미에서, 생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을 붙이는 일에는 자신의 실제적 삶의 장면들을 공개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존중respect, 이에 근거한 조심성sensitivity, 그리고 미디어 종사자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될 것입니다. 

친사회적 규범과 반사회적 규범

수많은 불링 연구들은 학급 규범norm, 즉, '학급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는 기준들과 행동 경향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즉, 그 학급의 기준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반사회적 기준인지, 아니면 남에게 득이 되려는 친사회적 기준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규범이 학급 전체의 '불링 행동'과 '돕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Menesini, Palladino, & Nocentini, 2015; Pozzoli, Gini,& Vieno, 2012, Sentse, Veenstra, Kiuru, & Salmivalli, 2015. 즉, 반사회적 규범의 학급에서는 반사회적 행동(e.g., 서로에게 해를 입히거나, 해를 입히려는 행동)이 일어나고, 친사회적 규범의 학급에서는 친사회적 행동(e.g., 서로 공감하고, 도와주고, 돌아보고, 서로의 안녕을 신경쓰고 득이 되려는 행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불링 개입 프로그램들에서는 또래 규범을 영향력 있게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학생 리더쉽을 한 학급 전체의 가치와 신념과 연결하여 강조합니다. 하버드 교육 대학원에서 개발한 '불링 행동 방지 및 사회적 문제 행동 방지를 위한 Making Caring Common Project'에서는 여러 캠페인들과 프로그램들을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동청소년에게 친절, 돌봄, 도덕,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 을 교육하고, 이것들을 증폭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들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Making Caring Common Project에서 개발한 많은 효과적인 전략들 가운데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인성이 바로 선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 환경분위기 위원회School Climate Committee를 선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불링개입 프로그램은 학교 환경분위기를 증진 시킬 수 있는 학생 리더쉽을 강조하며 '포용적인 사회규범inclusive social norms'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학생리더쉽은 포용적 친사회성을 가진 학생들로 이루어지는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다양한 학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공감하고, 잘 돌아볼 줄 알며, 책임의식 있는 학생들로 위원회가 선출됩니다.

TV 매체가 이끌어가는 사회적 규범의 중요성

이러한 리더들로부터 비롯되는 또래 규범이 학급에 있는 많은 학생들의 안전과 심리적 안녕이 좌우하기에, 그곳에 바로 리더쉽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불링이 허용되는 반사회적인 규범anti-social norms이 학급안에서 통용되고 있을 때, 학생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비하하고, 괴롭히고, 소외시키는 것으로 친구들에게 힘과 인기를 얻고, 그것이 오히려 더 멋진 쿨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학생들의 정상 발달을 저해하게 됩니다. 반면, 또래 규범이 '포용적인' 친사회적 행동규범을 따를 때, 그러한 학급에서는 불링행동이 적다는 것은 앞선 언급한 참고문헌을 외에도 다른 수많은 연구들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여기서, 학급 내 친구 관계에서 '포용성'이란, 매우 명확하고 정확한 개념입니다. 학생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포용해주고, 서로를 돕는 행동, 돌보는 행동, 배려하는 행동들이 가치있는 행동으로 여겨지며, 이런 행동을 보여준 친구들이 인기와 존중을 얻게 되면서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가는 규범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를 큰 하나의 학급으로 본다면, TV 매체는 바로 우리 사회의 행동 규범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쉽'이 될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행동들이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인식의 기준이 되는 주요 매체가 바로 TV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TV매체의 반사회적, 친사회적 성향은 바로 사회라는 큰 학급의 실제 행동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Greitemeyer, 2011,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선입견, 편견, 낙인으로 인한 눈치의 과도화 현상

TV 프로그램 안에서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상생활 혹은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부정적인 표현들, 즉 선입견, 편견과 낙인을 찍는 표현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서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나쁜 세상 신념과도 연관됩니다.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TV 매체가 심어주고 있는 적대성과 공격성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을 적대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일상의 중립적인 상황에서도 먼저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쁜 세상 신념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저런 부정적 판단을 받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고, 작은 일에도 내가 이렇게 보이진 않을까, 저렇게 보이진 않을까, 낙인 찍힐까 신경을 곤두 세우며 소통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소통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과도화 현상이라고 명명해봅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여러 인종들 가운데 한국 학생들을 볼 때, 이러한 패턴은 우리 젊은 세대들에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화 중 자기 스스로를 끊입없이 검열하게 하는 부자연스러운 문화는 도대체 어디에서 선동되고 있는 것일까요. 피상적으로 사람을 인식하게 하는 선입견, 편견, 낙인은 어디에서 학습되고 있는 걸까요. 왜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 사회적으로 이상할 일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우리사회 미디어의 책임은 없을까요. 

한국의 '설명충' vs. 미국의 'TMI'

관련하여, 작년 한글의 날, 우리나라에 심각한 혐오표현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SBS 2019. 10. 9). 진지한 사람에 대해 진지충진지한 벌레, 설명을 많이 하는 사람에 대해 설명충설명벌레, 등의 듣기 거북한 혐오표현이 점점 우리 말과 글을 황폐하게 하고, 사람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한자어인 벌레 충에서 비롯된 '충'자를 특정 학생들, 부모님, 노인에게까지 적용하고, 사람의 행위를 근거없이 비하하는 것에 쓴다는 점을 뉴스는 고발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이런 혐오어를 조롱하듯 사용한다는 점과 그런 표현들이 마치 또래문화 안에서 꼭 써야하는 말버릇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혐오 표현문화의 심각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뉴스는 사회 공동체의 분열에까지 그 의미를 적용했습니다.

'설명'이라는 것은 사람 사이에서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소통의 기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설명하는 것을 '설명충'이라고 이름붙이는 순간, 설명하는 입은 닫아지고, 관계에서 눈치를 보게 만들며, 소통단절로 인해 사람 사이에 오해와 갈등과 분열은 조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인 'TMI'가 유행할 때, 정작 그 말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TMI를 쓰지 않을 상황들에서까지 그 표현들이 남발되는 것을 보며 놀란 적이 있습니다. 보통 미국에서 TMI란 말을 많이 할 때 쓰이는 일상적 표현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말의 내용이 너무 프라이빗해서(듣는 사람이 부끄럽게) 생각되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TMI는 To Much Talker말이 너무 많은 사람의 약자로 변질되더니, 때로 소위 '설명충'의 의미로도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불링언어와 청소년의 생활 스트레스

우리 모두의 삶은 쉽지가 않은데, 이런 저런 관계 안에 사소한 대화들까지 다 눈치까지 봐야한다면, 삶의 전반적 생활 스트레스는 얼마나 더 심해질까요? 자신이 공동체 안의 롤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인정되는 것인지, 바람직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청소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또래 압력들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또래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인기를 얻고, 또래규범에 들어맞는 생활을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렇기에 청소년기에 그들은 진짜 자기를 때로 숨겨야 하고, 또래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모습으로 자신을 가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미 성인이 된 우리는 기억할 수도 이해할 수 없는 현재라는 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있는 그들만의 생존 스트레스 경험일 것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라고 뭉뚱그려지는 그 단어 뒤에는, 또래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쿨해야 하고 진지하면 안되고 설명을 길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우리사회 청소년들의 절반이 보고하고 있다는, 높은 전반적 생활 스트레스와 학교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 안에서 보여지는 과도한 공격성, 관계적 불링, 언어와 자막들, 그리고 실제 삶에서 인식의 과도화 현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악플을 방지하는 노력들

글을 쓰던 가운데 새로운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차별과 혐오적 표현의 게시물이나 댓글에 따른 '악플방지법'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면서, 댓글을 달때, 아이디와 IP주소를 전체공개하는 개정법률안이 발의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온라인 댓글 책임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반갑습니다. 또한 서두에 언급했던 다음Daum 포털사이트는, 자신의 싸이트가 인격권 침해의 도구로 쓰이지 않기 위해서, 뉴스 서비스를 개인화 된 구독방식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습니다(내년 시행). 앞으로 언론사 뉴스를 구독 신청해야만 기사를 읽을 수 있게 된다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무분별하게 편집된 뉴스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언론사들은 사람들에게 구독을 당해야 하는만큼 좋은 기사를 써야만 하는 요구를 받고, 동시에 구독자들은 인격권을 존중하는 언론사 선호도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받는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반사회적 댓글들을 통제하는 기능을 너머,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사회의 반사회성, 공격성, 불링행동의 심각성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격권을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당신 곁에는 불링으로 고통당하는 또 다른 친구가 있나요?

앞서 언급했던 생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최근 편에서는, 더욱 심각해진 악플에 시달리게 된 한 연예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그로 인해 상처받은 심정을 토로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패널 중 하나가 선플을 부탁한다는 말을 언급할 정도로 악플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곁에 불링으로 고통 당하는 또 다른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고통을 주는 불링 가해자들 너머 반사회성이 통용되는 규범을 만들어가는 공격적 미디어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마치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듯하면서 그 뒤에서 숨겨진 자극적인 메세지로 연예인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폄하하고 그들의 안녕감을 뒤흔드는 미디어 기사들, TV 매체가 바로 그러한 악플러들을 양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누가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 후회는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mind

   <참고문헌>

  • Coyne, S. M. (2016). Effects of viewing relational aggression on television on aggressive behavior in adolescents: A three-year longitudinal study. Developmental Psychology, 52(2), 284–295.
  • Menesini, E., Palladino, B. E., & Nocentini, A. (2015). Emotions of moral disengagement, class norms and bullying in adolescence: A multilevel approach. Merrill-Palmer Quartertly, 61(1), 124- 143.
  • Pozzoli, T., Gini, G., & Vieno A. (2012). The role of individual correlates and class norms in defending and passive bystanding behavior in bullying: A multilevel analysis. Child Development, 83 (6), 1917-1931.
  • Sentse, M., Veenstra, R., Kiuru, N., & Salmivalli, C. (2015). A longitudinal multilevel study of individual characteristics and classroom norms in explaining bullying behaviors. Journal of Abnormal Child Psychology, 43, 943-955.
이윤아 전 Barnard College, Columbia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 발달심리 PhD
연세대와 Boston University에서 석사를 마친 후, Brandeis University에서 발달심리학으로 박사를 받고 포닥 과정을 밟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후 Barnard College of Columbia University 심리학과에서 조교수(텀)로 재직하다가 사임하고, 내쉬빌로 이주해 결혼하여, 현재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친사회성 개발서"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포닥과정 때 참여했던 Harvard Medical School/Children's Hospital Boston의 학교폭력예방 연구팀이 개발한 불링 프로그램의 한국어버젼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NICHD (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 종단연구 프로젝트의 협동연구자로, 문화간 아동 및 청소년 학교폭력과 공격성, 그리고 가정내 신체적 처벌과 아동학대를 주로 연구해 왔고, 미디어 영향과 발달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심리상담센터와 한국가족상담센터에서 수련을 받은 상담심리사(2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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